차홍길 아양아트센터 전시기획팀 주임
매일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낯설었던 출근길은 어느덧 친숙한 짧은 여행길이 됐다. 집을 나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수많은 사람과 함께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나와 같은 수많은 여행자의 사이를 지나 나의 목적지, 아양교역에 도착한다.
아양교는 동구의 신암동과 동촌동을 이어주는 다리다. 발음하기 쉽고 어감이 귀여운 '아양'의 유래는 춘추시대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 사이의 백아절현(伯牙絶絃) 고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백아는 거문고 명인으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그의 친구 종자기는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매우 좋아했으며, 백아가 무엇을 연주하든 그 뜻하는 바를 알아맞히곤 했다.
그렇게 둘이 음악을 즐기며 평생 함께 할 줄 알았으나 종자기가 병으로 인해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만다. 그 소식을 들은 백아는 종자기의 무덤 앞에서 마지막 한 곡을 연주한 뒤 "나의 거문고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사람이 없다"며 거문고 줄을 모두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아양(峨洋)은 백아절현 고사의 이러한 구절에서 비롯된 것으로, '친구 간의 진실한 우정'을 뜻한다. 또 다른 뜻으로 '아'(峨)는 '높다'는 뜻으로 팔공산을, '양'(洋)은 '큰 바다'라는 뜻으로 금호강을 이르는 말이라고도 한다.
친구 간의 깊은 우정을 담은 바다, 예상치 못한 사연이 담긴 이름을 지닌 아양교를 지나 금호강을 따라 걸으면 동촌유원지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동촌유원지는 오리배와 벚꽃으로 지역민에게 이미 유명한 명소다. 금호강변을 따라 조성된 잔디밭과 그 주변으로 줄지어선 각종 식당과 카페들은 동구뿐 아니라 대구 지역민에게 휴식의 장소가 되고 있다.
특히 매년 3월 말부터 개화하는 동촌유원지의 벚꽃은 대구에서도 손꼽히는 벚꽃 명소 중 하나이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동촌유원지와 망우공원의 잔디밭은 모처럼의 나들이에 들뜬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 찬다.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강변을 떠다니는 오리배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동촌유원지 일대를 오갔던 나룻배가 지금의 모습으로 전향된 것이라고 한다. 따뜻해진 바람에 동촌유원지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해지기 시작하며, 나는 오늘도 여행 목적지인 아양아트센터에 도착한다.
출근길을 돌이켜보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느린 타임머신 같기도 하다.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걸으며 매번 바쁘게 지나치는 길이지만, 무심한 시선에 조금만 애정을 담으면 보이지 않았던 즐거움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3D 팝아트 작가 찰스 파지노(Charles Fazzino·1955~)는 도시의 생동적인 장면들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어린 눈빛, 장소가 주는 떨림,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작품 속에다 담백하게 담아내는 작가는 관람객들이 늘 지나치는 도시의 풍경들을 더욱 소중히 바라보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의 작업처럼, 무심한 눈빛으로 오가는 출근길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특별한 하루를 시작해 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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