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교토삼굴

입력 2023-01-03 20:13:39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2023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십이지, 12개 동물 중 토끼는 영리함과 지혜로움을 상징한다.

토끼의 지혜를 보여주는 고사성어 중 대표적인 것이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는 말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펴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복합 경제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를 헤쳐 나갈 열쇠 말로 교토삼굴을 꼽았다. 어려운 때일수록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고, 다양한 변수에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토삼굴에 얽힌 인물이 제나라 공자인 맹상군(孟嘗君)과 그의 식객 풍훤(馮諼)이다. 맹상군이 임금과 사이가 벌어져 힘이 떨어지자 3천 명에 이르렀던 식객들이 모두 떠나다시피 했고 풍훤만이 곁에 남았다. 신세를 한탄하는 맹상군을 풍훤이 찾아가 말했다. "교활한 토끼는 굴이 세 개가 있어야 비로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이다." 풍훤의 계책들을 통해 맹상군은 임금의 총애를 회복하고 제나라 재상에 올랐다.

실제로 토끼는 지능이 높은 편이다. 호랑이 아이큐(IQ)는 40, 거북이는 20인데 토끼는 50 가까이 된다고 한다. 동서양의 수많은 설화 속에서 토끼가 다른 동물들을 속이거나 골탕 먹이는 게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닌 셈이다. 반면 '이솝 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토끼가 자만심이 지나쳐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경망한 동물로 그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신년인사회에서 문희상 상임고문이 "토끼는 민첩하고 영민한 동물이다. 굴을 3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이라는 말도 있다"며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서 플랜2, 플랜3 이렇게 대안을 많이 마련하는 그런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검찰 소환을 앞둔 이재명 대표를 면전에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문 상임고문 발언을 두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린 민주당에 경고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토끼는 교활, 영리함을 자랑하지만 거북이와 같은 꾸준함과 우직함, 정직은 갖지 못했다. 이런 토끼에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자신의 장점은 발휘하되 자신에게 부족한 덕목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