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엄재진] 21대 대선, TK·안동의 선택은?

입력 2025-06-01 18:26:38 수정 2025-06-01 20:06:47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12·3 계엄령' 선포,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도 끝난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명 모두 TK 출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안동, 김문수 국밈의힘 후보는 영천이다. 그동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를 바라보는 TK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는 대구 21.60%, 경북 23.8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동에서는 29.13%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 기간 이 후보의 TK 지지율은 줄곧 30%를 오르내리고 있다.

안동 민심도 지난 대선 때와 사뭇 다르다. 각종 SNS에서는 예전에 없었던 이 후보 지지 모임방들이 꾸려져 이 후보를 알리고 있다. 정치인들의 잇따른 지지 선언으로 보수층 표심 변화도 눈에 띈다.

이 후보가 1일 안동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조상들이 안동에 묻혀 있음을 말하면서 "저도 안동에 묻힐 것" "고향 안동은 저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라는 말로 안동의 아들임을 말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는 SNS에서 "유림과 전통문화 고장 안동, 보수 색채가 강한 안동, 그 안동이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태를 묻은 고향"이라며 "이재명에게 안동은 전통과 보수의 벽을 넘는 변화와 포용의 씨앗이자, 통합의 대한민국으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유림들과의 별도 만남 없이 대구로 이동했다. 왜 '유림'을 만나지 않았을까? 실제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여야 구분 없이 안동을 찾으면 가장 먼저 유림 어르신들께 인사했다.

실제 이 후보도 20대 대선 경선 후보 때 안동을 찾아 유림 어르신들께 인사했다. 또, 민주당 후보가 된 이후 다시 찾아 안동의 선비정신을 살폈지만, 이번에 그런 행보는 없었다.

이를 두고 안동의 한 유림 인사는 지난달 22일 안동 지역 유림의 성명서 발표가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 말한다.

안동에서는 5월 9일 일부 유림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또 다른 유림 사회가 22일 '유림의 정치적 중립'을 내용으로 한 별도 성명서 발표로 반박했다.

문제는 이날 유림 입장 발표에 대표적 '반(反)이재명' 인사들이 성명서 작성 등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림 사회 내부에서조차 논란과 비난이 일고 있다.

안동 유림이 정치적 중립을 발표하면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난에 유림 사회가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이들은 '석주에서부터 이재명까지 100년이 걸렸다. 석주의 위대한 뜻을 받들어 통합하고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한 지지 선언을 두고, '어떻게 석주 이상룡과 이재명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가'라며 이 후보를 폄훼하고 깎아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로서는 혹시나 또 다른 정치적 억측과 오해에 휘말릴 수도 있을 행보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림 사회'는 안동을 상징하는 집단 지성이다. 역대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들이 가장 먼저 찾는 대상이 '유림'이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유림 사회를 정치적 유불리에 떠밀어 정신문화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다.

지금의 대통령 격인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에 이어 100년 만에 안동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지, TK·안동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