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채성준] 군사력 5위의 착시

입력 2026-05-07 08: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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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 교수

채성준 서경대 교수
채성준 서경대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군사력이 세계 5위 수준인데 왜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처럼 생각하느냐"며 자주국방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맞물리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미국 민간 군사 매체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군사력 지수에서 한국이 평가 대상 145개국 중 5위, 북한은 31위로 평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순위에는 맹점이 있다. GFP 지수에는 병력, 장비, 인구, 경제적잠재력 등은 포함되는 반면 핵무기나 지휘력 같은 변수는 제외되어 있다. 드론이나 사이버 전력을 비롯한 현대전의 핵심 요소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GFP 2위로 평가받는 러시아가 20위 우크라이나를 수년째 항복시키지 못하는 현실은 '순위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래식 전력만 보더라도 상황은 단순치 않다. 북한은 병력 규모와 포병 전력, 특히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에서 여전히 양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군은 공군력과 정밀 타격 능력 등에서 질적 우위를 갖고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양과 질이 분리되지 않는다.

핵 변수는 이 모든 비교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전쟁을 단순한 재래식 충돌이 아닌, 억제와 피해 통제의 문제로 전환시켰다. 여기에 북한군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드론, 전자전, 정밀 타격 등 현대전 양상을 직접 경험했다. 이는 기존의 '낙후된 군대'라는 인식을 탈피하게 만드는 요소다.

한국군 역시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현대전 수행 능력을 축적해 왔다. 중요한 건 경험의 유무가 아니라, 그 경험이 어떤 구조 속에서 작동하느냐다. 현대전은 개별 전력의 경쟁이 아니라 체계의 결합이다. 정보·정찰(ISR), 지휘통제(C2), 타격체계, 군수지원이 하나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전쟁 수행 능력이 완성된다.

특히 정보·정찰 능력은 전장의 '눈'이다. 문제는 한반도 전장에서 운용되는 고성능 정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미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사 위성, 고고도 정찰기, 신호정보(SIGINT) 자산 등은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다. 이 '보이지 않는 전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전략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도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변수는 '시간'이다. 현대전은 장기전 이전에 이미 승패의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탐지, 판단, 대응이 지연되는 순간, 이후의 전력 우위는 의미를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휘체계와 정보 흐름의 속도는 단순한 보조 요소가 아니라 전쟁의 핵심 조건이다. 이 구조를 고려하면 한국군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단독 전력으로 완결된 군대라기보다, 한미 연합체계 속에서 전쟁 수행력이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군대다.

전작권 전환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전작권은 단순한 권한 환수가 아니라 전쟁 수행 구조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문제다. 지휘체계가 바뀌면 정보 흐름과 의사결정 속도, 전력 결합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천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이 정책 목표와 임기 내 성과를 고려해 추진 일정과 시한을 중시하는 반면, 군은 실제 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의 충족 여부를 우선한다는 데서 접근 방식의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정치적 편의가 군사적 조건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전작권 전환은 시간표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해야 하며 한국군의 연합작전 주도 능력이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공개된 북한 개정 헌법에 핵 무력 위협을 노골화한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은 전환과 그에 따른 지휘 구조 변화는 억제력 균열로 이어지고 상대에게 오판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 미군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해외 주둔 미군 재조정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중동 정세 대응과 맞물린 조치로 해석되지만, 궁극적으론 글로벌 방위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주한 미군의 역할과 지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전작권 전환 역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전쟁은 순위가 아니라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