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종양이 발견되면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치료는 수술과 항암치료다. 하지만 모든 종양을 수술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양이 코나 입안, 눈 주변, 발가락처럼 중요한 구조와 가까이 있거나 넓게 절제하면 외형과 기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큰 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도 있다. 이럴 때 보호자들은 "수술하지 않고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라고 묻는다.
이러한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가 전기 항암치료로 불리는 전기화학요법(Electrochemotherapy·ECT)이다. 이름만 들으면 종양을 전기로 태우는 치료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원리는 다르다. ECT는 항암제와 짧고 정밀한 전기 펄스를 함께 사용해 항암제가 종양세포 안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국소 종양 치료법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외부 물질의 유입을 조절하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ECT는 종양 부위에 특수 전극을 접촉시키거나 삽입한 뒤 짧은 전기 펄스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에 일시적으로 미세한 통로가 생기는데, 이를 '전기천공'이라고 한다. 이 통로를 통해 블레오마이신이나 시스플라틴과 같은 항암제가 종양세포 내부로 들어가면서 항암 효과가 높아지는 원리다.
치료는 항암제를 정맥으로 투여하거나 종양 내부에 직접 주입한 뒤 진행한다. 종양의 크기와 위치, 깊이와 형태에 따라 적합한 전극을 선택하고 치료 범위에 전기장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여러 방향에서 적용한다. 따라서 단순히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양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 전극의 종류와 치료 범위를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ECT는 주로 전극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피부와 피하조직, 구강 및 비강 주변 종양에 활용된다. 편평세포암, 비만세포종, 연부조직육종, 흑색종, 선암 등 다양한 종양에서 적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코와 눈 주변, 귓바퀴, 혀, 발가락, 항문 주변처럼 넓게 절제하기 어려운 부위에서 정상 조직의 형태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치료 방법으로 검토할 수 있다.
수술 후 종양세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보조 치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종양의 크기를 먼저 줄여 이후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한 제거가 어려운 종양에서 출혈과 통증, 궤양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전신 항암치료보다 부작용이 적은가요?"라는 질문도 많다. ECT는 치료 효과가 전기 펄스를 적용한 부위에 집중되기 때문에 전신 항암치료와 비교해 항암제 사용량과 전신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주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치료 후에는 적용 부위가 붓거나 붉어질 수 있고 통증, 염증, 삼출물 또는 종양조직의 괴사가 나타날 수 있다. 종양이 사멸하는 과정에서 병변이 일시적으로 더 커지거나 심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 이후에도 진통 관리와 상처 처치, 정기적인 경과 확인이 필요하다.
ECT가 모든 종양을 치료하거나 수술과 기존 항암치료를 완전히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 부위의 종양을 제어하는 국소 치료이기 때문에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종양을 ECT만으로 치료하기는 어렵다. 종양이 지나치게 크거나 깊은 곳에 위치해 전극이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
치료 전에는 세침흡인검사나 조직검사로 종양의 종류를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방사선·초음파·CT 등의 영상검사를 통해 종양의 범위와 전이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전기 펄스를 적용할 때 근육 수축과 통증이 발생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진정이나 전신마취가 필요하며, 고령 환자는 심장과 폐, 간과 신장 기능을 포함한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수술이 어렵다"는 말이 곧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종양에 적용할 수도 없다. 종양의 종류와 진행 단계, 발생 위치,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치료 이후의 삶의 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전기 항암치료 ECT는 기존 치료를 대체하는 만능 치료법이 아니라 수술과 항암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치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반려동물에게 종양이 발견됐다면 먼저 정확한 진단과 병기 평가를 받고, 각각의 치료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한계를 충분히 비교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동물메디컬센터 임세평 대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