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부캉이와 늑구

입력 2026-10-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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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한 마리가 '국민 스타'가 됐다. 시민들은 3.5m가량의 무태상어로 추정되는 녀석을 '부캉이'라고 불렀다. 열흘 남짓한 기간에 친수공원 방문객이 60만 명을 넘었다. 주변 상권은 반짝 특수(特需)를 누렸다. 기업들은 '부캉이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급기야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부캉아, 또 온나"라는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부캉이는 불청객이다. 인공수로에 들어온 뒤 바다로 나가지 못해 머물고 있다. 당국이 워터펌프를 동원해 외해(外海)로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대형 그물을 이용해 바다로 돌려보내려 한다. 시민들은 작별을 아쉬워한다. 그러나 상어는 본래의 서식지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동해안의 대형 상어 혼획(混獲)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해양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상어가 친수공원에 등장한 것이 반길 일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걱정보다 즐거움을 원했다. 상어가 나타나니 사진을 찍고, 이름을 짓고, 굿즈를 만들고, 홍보대사까지 앉힌다. 기후변화라는 '불편한 질문'은 묻혀 버렸다. 모두가 들떠 있을 때, 녹색당이 일침(一鍼)을 날렸다. "상어에 환호하며 즐길 때가 아니라 그 심각성을 깨닫고 삶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며 "상어의 출현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라고.

올봄 대전에서는 늑대 '늑구'가 동물원을 탈출했다. 9일 동안 도심을 누비며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처음에는 재난 문자까지 발송될 만큼 긴박(緊迫)했지만, 곧 '국민 늑대'가 됐다. 사람들은 늑구가 다치지 않기를 기원했다. 늑구가 돌아오자, 안부를 묻고 박수를 보냈다. 대전시는 캐릭터화까지 검토했다. 늑구빵과 굿즈 같은 상품도 등장했다.

부캉이와 늑구의 공통점이 있다. '경로 이탈'이다. 부캉이는 바다에서 인공수로로, 늑구는 사육장을 넘어 도시로 나왔다. 우리는 길 잃은 동물을 보며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워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탈 원인을 인식하는 데 둔감했다. 낯선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친근함의 표현이다. 부캉이와 늑구는 경쟁 스트레스와 혐오가 넘치는 세상에 위안을 줬다. 다만 그들이 주는 경고에 귀 막고, 환호작약(歡呼雀躍)한 '가벼움'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