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세계 유래없는 여성 집단문학, 인류가 기억해야 할 기록물'
삼국유사 '한반도 고대 신화와 역사·종교·생활·문학 포함한 종합서'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록물'도 함께
24일부터 26일까지 안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이하 MOWCAP) 총회 심사에서 안동의 '내방가사'와 군위 '삼국유사',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록물' 등 3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으로 26일 최종 등재됐다.
이날 등재된 '내방가사'는 여성들이 공동으로 창작하고 낭송하면서 기록한 여성들만의 문학 장르로, 1794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안동권을 중심으로 창작, 전해져온 347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내방가사'는 조선 시대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창작한 집단문학 작품을 필사한 기록물이다. 이번 총회에서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은 기록이자 한글이 사회의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최종 등재가 결정됐다.
'내방가사'는 16~17세기부터 일부 여성들에 의해 창작되기 시작한 후, 18세기를 거쳐 19~20세기에 여성 문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한국은 유교적 이념과 남성 중심주의가 주류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비록 상류층에 속하는 여성일지라도 교육과 사회참여는 거의 불가능했다. 여성들은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글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환경에서 '내방가사'는 동아시아의 강한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과 이를 극복해 보려는 그들의 노력이 녹아 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기록유산센터장은 "내방가사는 전체가 안동권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박물관 등에 전시된 자료도 안동권의 내방가사들이다. 일부 대구권에서 발견되고 있는 내방가사도 안동과의 혼맥과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로써 안동시는 기존의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에 '한국의 유교책판'(2015), '국채보상운동 기록물'(2017) 2종과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목록에 '편액'(2016), '만인의 청원, 만인소'(2018), '내방가사'(2022) 등 3종, 모두 5종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는 도시가 됐다.
한편, 군위군이 등재를 추진한 '삼국유사'는 고려 일연(一然) 스님이 1281년(고려 충렬왕 7년) 편찬한 책으로 한반도의 고대 신화와 역사·종교·생활·문학 등을 포함한 종합서로,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 '자국 중심의 주체적 역사관'이 형성되었음을 증언하는 기록물이다.
이번에 등재된 삼국유사 판본은 목판본으로 1394년에 제작된 연세대 박물관, 부산 범어사 소장 기록물과 1512년에 제작된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판본이 등재됐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대형 유류 유출 사고와 그 극복과정을 담은 약 20만 건이 넘는 방대한 기록물로, 대규모 환경재난을 민관이 협동하여 극복한 사례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은 이번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목록 3건 등 22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며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확대해 나가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 밝혔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 여성들의 정신과 주체성을 보여준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안동 여성들의 삶과 문학정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안동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기록유산의 중심도시로 위상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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