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학생이 없고, 교사가 줄고, 학교는 사라진다

입력 2022-09-20 13:57:30 수정 2022-09-20 15:32:12

윤정훈 사회부 기자

윤정훈 기자
윤정훈 기자

사라짐이 익숙한 시대다. 교육 관련 기사 제목에 '급감' '축소' '통폐합' 등 단어가 지겹도록 등장하는 데서 느낀 점이다.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데, 학령인구 감소 또한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의 초등학교 학생 수는 지난 2013년 13만6천309명에서 올해 12만1천485명으로 10.9%(1만4천824명) 감소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대구시교육청의 전망에 따르면, 지역 초등학생은 2023년 11만9천849명에서 2028년이 되면 28% 급감해 8만6천262명이 된다.

이에 따라 지역 공립 초등학교·유치원 교사 선발 인원 역시 급격히 줄고 있다. 대구의 최근 4년간(2020~2023학년도) 초등 교사 선발 인원은 100→90→50→30명으로 줄었다. 4년 새 70%나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공립 유치원 교사 선발 인원 역시 22→12→9→3명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학생 수 감소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바로 지난 6월 대구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초등 교사 인사 원칙 개정 논란이다. 이는 학생 감소로 인한 교원 수급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문제다.

교육부가 배정하는 교사 정원은 점점 축소되는 가운데, 교사들이 꺼리는 달성교육지원청 내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초등 교사 전보 방식을 기존 '희망'에서 '순환'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학생과 교사가 사라지면 학교도 사라진다. 대구에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학생 수 감소로 초등학교 2곳, 중학교 8곳이 통폐합됐다. 내년 3월부터는 북구의 교동중이 인근 관음중과 칠곡중으로 통합되고, 조야초교 역시 서변초 조야분교장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제 사라지는 것들이 일으킬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사라지고 남은 자리는 어떻게 채울지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학생 감소로 교사 정원 축소를 피할 순 없지만, 교대생·교원 단체가 제기하는 교육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를 단순히 '밥그릇 투정'으로만 여겨선 안 된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과밀학급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중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24.2%) 대비 불과 1%포인트 감소한 23.2%로 나타나 개선 정도가 미미했다. 대구에도 1천730개의 과밀학급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교사 수를 급격히 줄이게 되면, 학급당 학생 수는 오히려 늘려야 해 교육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에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통폐합 이후 우후죽순 생겨날 폐교 부지를 활용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책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김정학 지음)에서 좋은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책은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다 1998년 11월 폐교된 카이치(開智)초등학교가 일본 유일의 '학교 역사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였던 카이치초교는 메이지 시대의 교육 환경뿐만 아니라 소방 망루나 시간 알림용 북 등 당시 지역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처럼 지역 주민에게 즐거움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폐교 부지가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교육 당국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