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방의회의 경쟁 구도가 무너졌다. 국민의힘이 광역·기초의원 대다수를 차지한 탓이다. 대구시의원 32명 가운데 31명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1명에 불과하다. 경북도의원 역시 61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56명을 차지했다. 민주당 소속 당선인은 비례대표 2명에 그쳤다. 무소속 당선인은 3명이며, 이들도 보수 성향이다. 기초의회에서도 국민의힘 일당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 대구 8개 구·군 기초의원 121명 가운데 국민의힘은 92명으로 76%를 차지했다. 경북에서도 23개 시·군 288명 가운데 국민의힘은 225명으로 78.1%를 장악했다.
지방의회의 일당 체제는 '양날의 검'이다. 지역 현안에 공동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견제와 균형의 정치 원리가 무너진 데 따른 폐해도 만만찮다. 단체장들의 공약 이행과 정책 추진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같은 당 소속이어서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협조적으로 지역 현안을 처리하고 예산 편성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방의회의 가장 큰 역할은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한 정당이 독식했으니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가 됐다. 주민 의견 무시와 같은 부작용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단체장은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다. 수많은 사업의 인허가와 직원들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 같은 막강한 권한에 대해 지방의회가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는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같은 당 소속의 단체장 편들기에 급급해 감시와 견제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례가 많았다. 단체장의 전횡을 막으려면 지방의회가 감시와 견제 등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당이라고 해서 단체장에 대한 견제·감시를 포기하면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느 때보다 무투표 당선이 많았다. 유권자의 표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방의회가 결코 자만하거나 독선에 빠져선 안 되는 이유다. 오만하지 않고 주민 앞에서 몸을 낮추고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거수기 노릇을 하며 지방정부를 견제하지 못하면 민심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지방의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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