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경희대 교수
대통령과 부통령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써 각각 선거한다(제헌 헌법). 대통령과 부통령은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투표에 의하여 각각 선거한다(1차 개헌). 대통령은 양원 합동회의에서 선거하고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투표를 얻어 당선된다(3차 개헌).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5차 개헌).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토론없이 무기명투표로 선거한다(7차 개헌).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인단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한다(8차 개헌).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9차 개헌).
우리나라 대통령 선출 역사를 일별해 본 내용이다. 이승만 정권(1차 개헌), 박정희 정권(5차 개헌)에서 있었던 대통령 직접선거는 지금과 천양지차였다. 유신시대의 통일주체국민회의, 전두환 정권의 대통령선거인단 선거를 거치며 6·10 민주항쟁의 주된 구호는 '대통령 직선제' 쟁취였다. 국민의 요구에 권위주의 정권이 항복한 6·29선언 후 1987년 헌법에서 비로소 대통령 직선제가 완성되었다.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는 한 줄에 담긴 지난한 역사는 읽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현행 헌법 제안 이유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 헌법 개정안은 여·야 정당 간에 합의된 내용을 기초로 하여 국회 내의 모든 교섭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초·성안한 것을 그대로 제안하는 등 (중략) 참다운 민주화 시대의 전개를 향한 국민적 여망과 정치인의 시대적 사명이 함께 담긴 것이다." 지금의 헌법에 '참다운 민주화 시대의 전개를 향한 국민적 여망'이 담겨 있다는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다.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국민의 열망과 참다운 민주화 시대의 전개를 향한 국민적 여망은 같은 뜻이라고 해석해야 마땅하다.
'참다운 민주화 시대'의 문은 김영삼, 김대중을 필두로 한 민주화 운동 진영이 열지 못했다. 그들의 판단 착오 탓이든 아니든 87 체제의 첫 수혜자는 노태우 대통령이었다. 민주 헌법 체제하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노 정권을 선뜻 민주 정부로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 그런 의견을 존중한다 해도 이어진 YS의 '문민정부'는 '참다운 민주화 시대'의 정부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YS는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DJ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온 거목이 아닌가. YS와 DJ 모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것은 당연한 역사의 순리였음을 인정하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3당 합당을 비판할 수 있지만 그 같은 정치적 행보 때문에 문민정부를 민주 정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유신 본당' 김종필과 연대했다는 이유만으로 DJP 연합을 통해 대통령에 오른 DJ를 비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03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라는 말을 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다. '일본 문화 개방'이라는 맥락상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첫 민주 정부'라는 단어를 넣은 의도가 무얼까. 현행 헌법상 국민이 뽑은 '참다운 민주화 시대'의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YS부터 문 대통령까지 6명이다. 군사독재도, 군부 쿠데타도 없었던 30년의 평화로운 민주 헌정사가 진행 중이다. 공과가 있지만 모든 정권과 대통령을 어떤 이유로든 민주 정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그렇게 생각한다면 엄청난 독선이다. 임기 내내 이어진 국민 편 가르기도 큰 유감이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라는 말과 함께 '진정한 국민 통합'을 강조한 취임사와 거꾸로 간 5년의 국정운영이었다. '민주 정부 4기'를 열자는 말로 선거운동 중인 이재명 후보 지원을 위한 발언이라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 정부, 정파의 수장임을 자임했다면 부끄러운 3·1절 기념사로 기록될 것이다. 마침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 있다. 선거는 다음 정권을 선택하는 성격도 있지만 현 정권의 행태를 평가하는 성격도 있다. 아니 투표는 회초리를 통한 국민의 심판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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