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카페에 가는 이유

입력 2022-02-10 15:20:21 수정 2022-02-10 16:46:57

서평: 「관계담론」/박종화(경북대교수) 지음/경북대학교출판부(2021년 11월)

최경희 경북대학교 강사

최경희 경북대학교 강사

#마이너스 인간으로 표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제3의 공간과 공감력이다.

「관계담론」은 현대 한국사회의 문제가 어떤 형태로,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연구와 영화, 드라마, 그림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도시와 지역 공간에서의 '관계'를 탐구해 온,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박종화 교수이다. 「집합적 행동논리와 사회적 자본 담론」, 「현대입지론」, 「갈등관리론」, 「도시경영론」, 「지역개발론」, 「도시행정론」, 「지식도시론」 등의 저자이다. 이전의 저서는 대부분이 학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서적인데 반해, 관계담론은 더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이다. 관계담론에서의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다학문적이다.

저자는 현대인을 '마이너스 인간'으로, 현대사회를 '표류사회'로 진단한다. '마이너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빚진 것이 더 많은 상태 또는 버는 것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태의 삶"을 지칭한다. 지식기반경제의 구조 자체가 마이너스 인간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부정적인 정보에 대한 과잉인지 등의 인식상의 오류로 인해 마이너스 인간이 되고 마이너스 인간의 행동을 하게 된다. 또한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자신의 삶을 마이너스 삶으로 인식할 수 있다. '표류사회'는 "어디로 가야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해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띄는 사회"이다. 고용 안정성 저하, 노후 파산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한 사회가 도래했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표류사회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제적 문제의 결과만은 아니다. 자기중심성, 소통 부재, 사회적 관계의 부재 등이 표류사회를 야기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도시사회학자 올든버그의 '제3의 장소'를 빌어, 한국사회의 문제를 공간의 문제로도 진단한다. 우리 사회에 카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카페가 제공하는 어떤 특별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은 집(제1의 장소)이나 일터/학교(제2의 장소)에서의 존재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며, 그곳에서 충족하지 못한 다른 사회적 활동 욕구를 제3의 장소 및 비공식적 공공생활에서 추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3의 공간 및 비공식적 공공생활의 확대·강화가 우리의 과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가 경제 문제에만 골몰하느라, 정작 우리의 행복을 위해 너무도 중요한 관계 문제와 공동체 문제를 평가절하해 왔다고 본다.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감성 및 공감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줄 유산은 공감력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자기중심성의 극복이 필요하므로, 절제력이 중요한 유산이 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좋은 사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면서, 우리 각자가 일상 활동 시간 12시간 중 200분의 1인 3분 36초라도 추가적으로 남을 위해 쓰기를 제안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각자가 약간의 방향 수정과 속도 조절만 하면, 예상외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상당 부분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겠다는 직관에서 이 책의 집필이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집필 동기는 책 전반에 걸쳐 잘 드러나고 있다. 저자의 지적 여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픈 마음이 든다. 특히, 이 책에는 여성의 역량과 노고에 대한 인정이 곳곳에 담겨 있어서, 여성 독자로서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종종 허탈해지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최경희(경북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