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날이었지만 '11월의 비'를 즐기기엔 제격인 날씨였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10도까지 급강하한 인천 날씨도 환갑 넘긴 노장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1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선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하드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2025 월드 투어 첫 공연이 열렸다. 2009년 첫 내한공연과 달랐다. 데뷔 시절 원년 핵심 멤버가 참석해서다.
건즈 앤 로지스는 보컬 액슬 로즈와 기타 슬래시, 이지 스트래들린, 베이스 더프 맥케이건, 드럼 스티븐 애들러 등 5인조로 1985년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적 방향성 차이와 약물, 불화로 액슬 로즈를 제외한 여러 차례 멤버는 여러 교체돼 왔다. 2009년 내한 때 액슬 로즈와 함께 했던 건 기타리스트 리처드 폰터스와 범블풋 등이었다.
건즈 앤 로지스 핵심은 액슬 로즈와 기타리스트 슬래시다. 2016년 슬래시와 원년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이 다시 액슬 로즈와 뭉치며 완전체에 가까운 건즈 앤 로지스로 돌아갔다. 특유의 블루지한 기타 톤을 구사하는 슬래시를 그리워하는 팬이 많았는데 이날은 액슬 로즈와 슬래시의 모습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오후 7시40분쯤 '웰컴 투 더 정글'로 시작된 공연은 오후 10시까지 2시간30분을 꽉 채웠다. 건즈 앤 로지스는 리브 앤 렛 다이, 이스트레인지드,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스윗 차일드 오 마인, 노벰버 레인, 페이션스, 나이트 트레인 등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를 휩쓴 히트곡을 포함 총 21곡을 불렀다.
보컬 액슬 로즈는 20대 시절 특유의 카랑카랑한 비음을 많이 잃었지만 간간히 전성기 시절 음색을 뽑아냈다. 호주 록 밴드 AC/DC 로고 벨트를 슬쩍 내보이다 점잖게 앉아서 피아노를 치며 '노벰버 레인'을 부르는 모습은 어느덧 환갑을 넘긴 철든 록커의 여유 그 자체였다.
슬래시의 기타 톤은 바닷 바람 속에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녹였다. 기타 브랜드 '깁슨 레스폴' 소리를 가장 잘 뽑아낸다는 그는 명성에 맞게 블루지한 기타 솔로로 송도 전역을 물들였다. 특히 이날 오전엔 폭우가 쏟어졌고 기온은 10도까지 내려갔지만 건즈 앤 로지스 히트곡 노벰버 레인을 즐기기엔 딱 좋은 온도였다.

관객 총 2만5천여명이 이날 공연을 즐겼다. 중장년층 남성 관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전성기 시절 액슬 로즈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반다나를 머리에 두르고 셔츠를 허리에 묶은 젊은 관객도 많았다.
이에 반해 액슬 로즈는 나이에 걸맞는 정돈된 머리에 중후한 회색빛 재킷을 입고 노래를 했다. 지각대장인 동시에 공연이 마음에 안 들면 공연 도중 공연장을 떠나던 철부지 록커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공연이 겨우 40분밖에 안 늦게 시작한 것만 봐도 액슬 로즈가 많이 철들었다는 걸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이맘때 한국 날씨는 원래 이렇게 추운가요?"
작은 공연장에서도 수천명 앞에서 공연하듯 사각 팬티 한 장 입고 땀범벅으로 날뛰던 예전의 그는 없었다. 그래도 다들 액슬 로즈 목소리와 슬래시 기타 소리에 흠뻑 젖어 5월 첫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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