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한 푼이라도 벌어야 먹고 사는데…남편은 암투병·두 딸은 간질

입력 2022-01-25 06:30:00 수정 2022-01-25 07:21:44

평생 가난에 시달려…동냥 받은 쌀엔 온통 곰팡이 비참함 몰려와
첫째딸, 요리 중 휘청거리던 찰나 옷에 불 붙어…화상 치료비 못 갚아
탈출구 안 보이는 삶, 매일 악몽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 시도하기도

첫째 조은희(32) 씨와 엄마 김옥순(51) 씨. 은희 씨는 지난해 몸과 팔에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배주현 기자

'타-다다닥'

부엌에서 가스레인지 불을 켜는 소리가 들리면 조은희(32) 씨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어버린다. 끔찍한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머리를 헤집는다.

암 투병 중인 아빠, 심한 허리협착증을 앓는 엄마, 병으로 누워있는 동생 대신 조 씨는 매일 아침밥을 챙겨야 했다. 지난여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냄비를 올리는 순간 평소 간질을 앓고 있던 조 씨는 머리가 핑 돌았다. 잠시 휘청거리던 찰나 조 씨의 옷엔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몸에 불이 타올랐다.

◆화상의 고통

상체 전반에 화상을 입은 조 씨였지만 당장 큰 병원에 입원할 수 없었다. 아빠 조성재(64) 씨와 엄마 김옥순(51) 씨는 입원비와 치료비가 2천만원이 넘게 나온다는 소리에 다시 아픈 딸을 데리고 택시에 올라타야 했다. 그리고 집 주위의 작은 병원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모두 큰 병원을 가라는 소리뿐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 길로 엄마 김 씨가 주민센터로 달려가 도와 달라 빌었다.

다행히 조 씨는 입원했지만 부모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다. 조 씨는 피부 이식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데 거액의 돈이 드는 탓에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입원 생활이 길어지자 내야 할 돈은 자꾸만 올라갔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는 조 씨의 가족은 지불할 형편이 안됐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난 뒤 조 씨를 퇴원시키기로 했다. 갚지 못한 병원비는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갚아 오고 있다.

◆가난과 함께한 삶

가난은 평생 가족을 괴롭혔다. 자녀들이 어릴 때 목수 일을 하던 아빠는 벌이가 고정적이지 못했다. 엄마 김 씨 역시 임신한 몸으로 온갖 식당일과 부업에 뛰어들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쌀이 없어 쌀 동냥도 참 많이 다녔다. 남는 쌀이 있다며 지인이 건네준 쌀에는 온통 곰팡이가 피어있기도 했다. 비참함이 몰려들었지만 김 씨는 그 속에 멀쩡한 쌀을 골라내 밥을 지어야 했다.

어떻게든 돈을 벌러 나가고 싶었지만 딸들은 자주 아팠다. 첫째 딸 조 씨와 셋째 딸은 중학교 입학 즈음 간질로 툭하면 쓰러졌다. 선생님은 학교생활이 어렵다며 딸을 집으로 보냈다. 그런 딸을 돌볼 사람은 엄마 김 씨뿐이었다. 첫째는 뇌에 이상까지 함께 생겼고 셋째 딸은 일어서기만 하면 어지러움이 몰려와 부축 없이는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다. 병원을 숱하게 찾았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의사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설상가상 10년 전 남편에겐 암이 찾아왔다. 혈변을 보던 남편은 방광암 판정을 받았고 오랜 투병 생활로 근로 능력을 점점 잃어갔다. 수술은 잘 끝나 남편은 다시 돈을 벌러 나가보려 했지만 암 투병 이력은 어느 곳에서든 반겨주지 않았다. 그렇게 남편은 10년째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에 김 씨는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미 여러 번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데 도움을 청할 곳은 없다. 둘째 딸과 막내아들은 성인이 된 후로 취직해 독립했지만 이들 역시 벌이가 넉넉하진 않다. 아들은 얼마 전 일자리를 잃고 다시 구직 활동 중이고 공장을 전전하는 둘째 딸은 1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넉넉하게 해준 게 없었기에 김 씨는 차마 도와달라 손을 내밀 수가 없다.

김 씨 가족은 요즘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 첫째와 셋째는 화상 사고 뒤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집이 오래된 탓에 온통 벽지에 곰팡이가 슬고 벽은 금이 간 데다 자꾸만 귀신이 보인다. 빨리 이사를 가고 싶지만 돈이 없는 이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제 김 씨마저 심한 허리협착증으로 지팡이 없인 홀로 걷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경북의 한 마을, 그늘진 빌라 속에 네 식구가 살고 있다. 해답이 없는 삶, 가슴 한쪽에 붙여진 진통 스티커만이 힘든 김 씨의 삶을 겨우 지탱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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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 홀로 키우는 청각장애인 엄마 윤효정 씨에 2,151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이혼한 뒤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각장애인 엄마 윤효정(매일신문 1월 11일 자 10면) 씨에 2천151만3천5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오소춘 5만원 ▷방순옥 4만원 ▷여환주 4만원 ▷김강현 3만3천원 ▷김진만 1만원 ▷문병찬 1만원 ▷우진숙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장윤 2천원 ▷'예수사랑' 2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년째 암 투병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태정 씨에 1,925만원 성금

대장암, 직장암 등으로 20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고태정(매일신문 1월 18일 자 10면) 씨 사연에 47개 단체 156명의 독자가 1천925만2천5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매일신문20기독자위원회일동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정수철)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IBS(전병집)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대흥당약업사(김남화)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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