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가 뭐 이렇게 생겼냐" 8년째 美수배 北최고해커 박진혁 재조명된 이유

입력 2026-11-09 06:03:07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FBI 박진혁 공개수배 전단 한국어 버전
FBI 박진혁 공개수배 전단 한국어 버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8년째 추적 중인 북한 해커 박진혁의 과거 행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BBC 등에 따르면, FBI는 지난달 31일 바이낸스 해킹 사건을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북한의 대표적인 사이버 공격 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와 연계된 세력이다.

바이낸스 해킹 사건으로 박진혁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 것은 그가 라자루스와 연관된 북한 사이버 작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트리뷴은 지난 1일 관련 보도에서 박진혁의 과거 범행 혐의와 미국의 공개수배 이력을 조명했다.

박진혁의 신원이 국제적으로 공개된 것은 2018년 9월 6일이다. 당시 미국 법무부는 그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자금 탈취,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며 형사소장을 공개했다. 앞서 미국은 같은 해 6월 8일 박진혁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미국 수사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진혁은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공부한 프로그래머다. 이후 조선엑스포합영회사(Chosun Expo Joint Venture)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활동했지만, 미국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110연구소의 사이버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위장회사로 판단했다.

박진혁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도 조선엑스포 직원으로 활동했다. 미국은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FBI가 공개한 수배 자료에는 박진혁의 출생연도가 1981년과 1984년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박광진(Pak Kwang Jin)이라는 이름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름과 사진, 가명, 활동 이력 등을 공개하며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 가운데 하나는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다. 당시 미국 영화사 소니픽처스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해커들은 회사 전산망에 침입해 미공개 영화와 임직원 이메일, 개인정보 등을 빼냈으며 내부 시스템도 파괴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영화 내용이 북한 지도자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제작사에 보복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진혁은 이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형사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발생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사건에서도 박진혁의 연루 혐의가 제기됐다. 해커들은 은행 내부 전산망에 침입한 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이용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허위 송금 지시를 보냈다. 당초 약 10억 달러를 빼내려 했으나 일부 거래가 차단됐고, 실제 탈취액은 8천1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듬해에는 전 세계 병원과 기업, 공공기관을 겨냥한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 공격에 가담한 혐의도 받았다. 워너크라이는 감염된 컴퓨터의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복구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코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의료기관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기관과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시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2016~2017년 박진혁 등 북한 해커들이 록히드마틴에 악성 이메일을 보내 침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일부 이메일에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미국 법무부는 해당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2021년 2월 박진혁과 전창혁·김일 등 북한 해커 3명을 대상으로 한 확대 공소장을 공개했다. 앞서 2020년 12월 제출된 공소장에는 이들이 전 세계 금융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13억 달러 이상의 현금과 가상자산을 탈취하거나 갈취하려 한 혐의가 담겼다. 악성 가상자산 거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배포한 혐의도 포함됐다.

미국은 2020년 12월 은행사기 공모 혐의 등을 추가해 박진혁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호주 정부도 지난해 11월 박진혁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입국을 금지했다.

박진혁은 현재도 FBI 공개수배 명단에 올라 있다. 수배 전단에는 그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가 북한으로 기재돼 있다. 미국 수사당국이 사진과 신상 정보, 가명, 중국 내 활동 이력 등을 공개했지만 체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박진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2018년 9월 북한 외무성 당국자는 그를 "실체도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기소를 북한에 대한 비방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