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아무 데나 머리만 대면 잠들어"…부모에게 물려받은 체력 '좋은 자산' 강조
적게 자도 건강한 유전자 연구 잇따라…수면 부족 인지 못하는 위험도
하루 4시간만 자고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7~8시간은 반드시 자야 할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6시간 정도 잔다고 밝히면서 유명인들의 수면 습관과 수면시간을 둘러싼 과학적 연구에도 관심이 쏠린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하루 4시간 수면을 주장했고,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오히려 충분히 자야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사례도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하루 2~4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실제로 남들보다 적게 자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비밀이 유전자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재명 "6시간 자고 머리만 대면 잠들어"…부모에게 감사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공개된 유튜브 프로그램 '대통령의 Y' 첫 방송에서 자신의 하루 수면시간이 보통 6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가 부모님한테 재산은 못 물려받았는데 좋은 걸 물려받았다"며 체력과 피부를 꼽았다. 특히 "저는 아무 데나 머리만 대면 그냥 잠든다"고 설명하면서 아내도 자신의 수면 습관을 놀라워한다고 전했다.
밤늦게까지 자료를 읽거나 글을 쓰더라도 잠자리에 들면 곧바로 잠들고, 피곤할 때 책상에 앉아 1~5분 정도 졸면 개운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잠은 잘 자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동차나 비행기 등 이동 중에도 머리만 대면 잠들었으며, 짧은 시간 잠을 자고도 다시 업무를 이어갔다고 회고한 바 있다.
두 대통령 모두 바쁜 일정 속에서 빠르게 잠들고 짧은 휴식 시간을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이러한 수면 능력도 치열한 정치 일정을 견디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르는 데 도움이 되는 자질 가운데 하나였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잘 자는 능력을 부모에게 물려받았다고 표현한 대목은 수면 습관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최근 과학 연구를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대통령의 수면 습관은 건강 및 국정수행과 연결돼 관심을 끌 수 있는 개인 정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히면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체력과 어머니에 대한 감사까지 언급했다. 건강 우려에 답하는 동시에 부모에 대한 감사와 효(孝)의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한 셈이다.
◆에디슨 "4시간이면 충분" VS 정주영 "8시간은 자야 일한다"
유명인들의 수면시간을 둘러싼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대표적인 단시간 수면 옹호자는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생전에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잠을 줄여 일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다만 실제로는 작업 도중 낮잠을 자주 잤다는 기록도 있어, 하루 전체 수면시간이 정말 4시간에 불과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반대 사례도 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다. 최근 별세한 배우 최불암은 2011년 신동아 인터뷰에서 정주영 회장에게 하루 4시간만 자며 사업을 일궜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인지 물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불암의 회고에 따르면 정주영 회장은 이를 부인하면서 자신은 8시간 정도 자야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게 자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이야기에 오히려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025년 11월 국회에서 수면시간이 대체로 2시간, 길어야 4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4월에는 "잠을 좀 더 자고 싶다"며 수면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에디슨이 짧은 수면을 생산성과 연결했다면, 정주영 회장은 충분한 수면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처음엔 자랑격으로 얘기했으면서도 이후 업무와 생활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상황을 고백한 셈이다.
◆실제로 적게 자도 괜찮은 유전자 있다…가족성 자연 단기 수면
그런데 최근 과학은 이들의 경험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적게 자는 사람이 반드시 잠이 부족한 상태인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BBC가 소개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연구진은 선천적으로 적게 자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을 연구해 왔다. 이들은 희귀 유전자 변이로 인해 하루 4~6시간 반 정도만 자고도 피로를 크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이러한 특성은 '가족성 자연 단기 수면(FNSS)'이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콜로라도대 에이미 푸 버나드 교수다. 버나드 교수는 보통 밤 10시쯤 잠들어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며, 5시간만 자는 날에도 별다른 피로 없이 운동과 업무를 소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버지와 남동생 역시 비슷한 수면 습관을 가졌으며, 연구 결과 버나드 교수에게서도 관련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의 짧은 수면 습관이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유전적 특성과 관련될 수 있다는 사례다.
◆38시간 못 자게 했더니…유전자 변이 가진 쌍둥이는 달랐다
201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짧은 수면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이란성쌍둥이와 그렇지 않은 형제를 비교했다.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평소 다른 형제보다 하루 약 1시간 적게 잤다. 두 사람을 38시간 동안 잠들지 못하게 했을 때도 차이가 나타났다. 변이가 있는 쪽은 주의력과 수행 능력의 저하가 약 40% 적었으며, 전체 수면시간이 짧아도 깊은 수면을 포함한 비렘수면 시간은 형제와 비슷했다.
2019년에는 미국 연구진이 단기 수면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생쥐에게 적용한 결과 수면시간이 감소하면서도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러한 실험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특히 생쥐 실험에서 확인된 보호 효과가 사람에게도 장기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수면시간의 개인차에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기여하지만, 적게 자도 건강을 유지하도록 보호하는 희귀 변이와 단순히 수면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을 만드는 일반적인 유전자 변이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 4시간만 자도 멀쩡해"…실제로는 능력 떨어져도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 잠을 적게 자도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이 반드시 실제로도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3년 발표된 미국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14일 동안 매일 잠자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제한했다. 그 결과 4시간과 6시간 집단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의력과 인지 수행 능력이 지속해서 떨어졌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졸음은 실제 능력 저하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명인들이 스스로 밝힌 수면시간을 받아들일 때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에디슨의 4시간, 이재명 대통령의 6시간, 다카이치 총리의 2~4시간은 각각 당사자가 밝힌 경험이나 전해진 일화이지, 동일한 조건에서 측정한 과학적 수면 기록은 아니다. 더욱이 잠을 적게 잔다는 사실과 적은 수면만으로 충분히 회복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중요한 건 '몇 시간 잤느냐'보다 '충분히 회복했느냐'
일반적으로 26~64세 성인에게 권장되는 하루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수면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유전자와 나이, 생활 습관,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야간 수면뿐 아니라 낮잠이나 틈틈이 잠깐씩 졸음 수준으로 잠드는 습관도 실제 수면량과 회복 정도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연구자들은 가족성 자연 단기 수면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향후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관련 유전자의 작용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성공한 유명인의 수면 습관을 무조건 따라 하거나, 자신도 적게 자고 멀쩡하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적게 자도 건강한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인지 알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 보인다. 에디슨과 정주영의 상반된 이야기 가운데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선택하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잠정 결론이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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