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문희는 비단 치마 주고 꿈 구매…조선시대엔 실제 매매계약서도
잉어꿈·똥꿈 1만원에 산 뒤 복권 1등 당첨 사례…꿈의 주인은 정말 바뀔까?
좋은 꿈을 꾼 아침이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가도 망설여질 때가 있다. '좋은 꿈은 남에게 말하면 복이 달아난다'는 오래된 속설 때문이다.
특히 돼지나 용, 돌아가신 조상처럼 재물운을 떠올리게 하는 꿈이라면 더욱 그렇다. 복권 한 장을 구입하기 전까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그런데 꿈을 다른 사람에게 아예 팔아버리는 풍습도 있다. 신기하게도 실제 복권 당첨자 가운데 다른 사람의 꿈을 돈으로 산 뒤 거액에 당첨됐다고 밝힌 사례가 존재한다.
◆좋은 꿈 말하면 복 달아난다?…꿈의 '주인'이 바뀐다는 속설
민간 해몽에서는 좋은 꿈을 함부로 이야기하면 행운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거나 좋은 기운이 사라진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꿈에서 얻은 복을 말로 내보내지 않고 간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나쁜 꿈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불길한 기운이 약해진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다만 꿈을 언제, 누구에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른 효과에는 통일된 규칙이 없다. 어디까지나 민간에서 전승된 믿음이다.
그렇다면 꿈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어떻게 될까? 전통적인 꿈 매매 풍습에서는 꿈을 꾼 사람뿐 아니라 그 꿈을 산 사람도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신라 김문희, 언니에게 꿈 사서 왕비 됐다…값은 비단 치마
꿈을 사고파는 풍습은 신라시대 설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김유신의 누이 김보희는 높은 산에 올라 오줌을 누자 그 오줌이 수도 서라벌에 가득 차는 꿈을 꿨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동생 김문희는 언니에게 꿈을 팔라고 요청했고, 비단 치마 한 벌을 주고 꿈을 샀다. 이후 김문희는 김춘추와 혼인해 훗날 태종무열왕의 왕비인 문명왕후가 됐다.
꿈에서 예고된 큰 행운이 꿈을 꾼 언니가 아니라 꿈을 산 동생에게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역사책에 수록된 설화로, 꿈을 사고판 행위가 실제 운명을 바꿨다는 증거는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꿈 매매계약서'까지…용꿈 값 1000냥
꿈 거래가 단순히 설화에만 등장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25년 1월 조선시대에 작성된 꿈 매매문서 2점을 공개했다.
1814년 대구에 살던 박기상은 청룡과 황룡이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꾼 뒤 과거시험을 앞둔 친척 박용혁에게 꿈을 팔았다. 거래 금액은 무려 1000냥이었다.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오르면 대금을 지급한다는 조건까지 문서에 남겼다.
1840년 경북 봉화에서는 청룡과 황룡이 등장하는 꿈을 꾼 여성이 청색·홍색·백색의 삼색실을 받고 꿈을 판 사례도 확인됐다. 이때도 꿈을 판 사람과 증인의 날인이 담긴 매매문서가 작성됐다.
꿈에 실제로 어떤 효험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사람들이 길몽을 돈이나 물건으로 거래할 만큼 가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확인되는 셈이다.
◆여자친구 '잉어꿈' 1만원에 샀더니…20억원 복권 당첨
현대에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한다.
2016년 7월 나눔로또가 공개한 스피또2000 제20회 1등 당첨자는 여자친구가 꾼 꿈을 1만원에 구매한 뒤 20억원에 당첨됐다고 밝혔다.
당첨자에 따르면 여자친구가 잉어 두 마리를 품는 꿈을 꿨고, 그는 1만원을 주고 그 꿈을 샀다. 이후 출근길에 즉석복권을 구입해 사무실에서 긁었다가 1등 당첨 사실을 확인했다.
2024년 4월에는 막내딸의 똥꿈을 1만원에 산 아버지가 5억원에 당첨된 사연도 공개됐다.
동행복권 스피또1000 제80회 1등 당첨자는 막내딸이 엄청난 양의 똥을 보는 꿈을 꿨다며 자신에게 팔겠다고 제안해 1만원을 주고 샀다고 밝혔다. 이후 로또와 연금복권, 스피또를 구입했고 그중 스피또1000에서 5억원에 당첨됐다.
두 사례 모두 당첨자들이 직접 밝힌 경험담으로, 전통적인 꿈 매매 풍습이 오늘날 복권 문화에도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꿈을 팔면 당첨 확률도 팔릴까?…과학적 근거는 없어
그렇다면 좋은 꿈을 남에게 말하거나 팔면 실제로 행운이 옮겨갈까?
실제로 좋은 꿈을 사고도 복권에 당첨되지 않은 사례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 반면, 꿈을 산 뒤 거액에 당첨된 사례는 널리 알려지기 쉽다. 우연히 맞아떨어진 경험이 더 오래 기억되고 전파되는 맥락이다.
그럼에도 좋은 꿈을 꾼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며 꿈을 사거나, 복권을 사기 전까지 혼자 간직하는 행위는 오래된 민속문화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결국 좋은 꿈을 말하느냐, 팔아버리느냐에 따라 복권 당첨 확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복권을 사기 전 누군가와 좋은 꿈을 나누는 일은 당첨 여부와 관계없이 작은 기대와 즐거움을 주는 풍습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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