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털린 바이낸스, 北 코인 회수 골든타임은 '며칠'…한미일 공조 촉구

입력 2026-11-06 09: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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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M랩스 정책총괄 "제재, 해커 개인 아닌 자금세탁 인프라 겨냥해야"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북한 해킹 조직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가 탈취한 63억달러(약 8조4천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회수를 위한 한미일 공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해킹 조직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약 8조4천억원)어치 코인을 빼내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탈취 자금을 동결하고 회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길어야 며칠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의 아리 레드보드 글로벌 정책 총괄은 5일(현지시간)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사건에서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도난 자금을 동결하고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달이 아니라 몇 시간 또는 며칠"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29일 바이낸스를 해킹해 63억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주체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라고 발표했다. 피해 규모는 지난해 북한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를 해킹해 빼낸 15억달러의 4배가 넘는다.

업계의 동결 조치는 범행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뒤부터 이뤄졌다. TRM랩스 기준으로 약 27억달러는 사건 발생 수 시간 안에 동결됐다. 레드보드 총괄은 "강력한 온체인·오프체인 증거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은 북한의 소행임이 확실하다"고 재확인했다.

레드보드 총괄은 한국 금융당국이 사건 직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를 소집해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출금에 주의하도록 한 초동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적 대응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편이라고 지적하며 한미일이 제재 대상과 의심 지갑 주소, 식별자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방향에 대해서는 해커 개인이 아닌 자금세탁 인프라를 겨냥해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레드보드 총괄은 "제재가 해킹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탈취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높일 수 있다"며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탈취된 코인을 실물 화폐로 바꿔주는 장외거래(OTC) 브로커와 중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 제재 요청은 상징적인 조치에 그치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이용자 자산 대부분을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대응 속도와 협조 체계, 거래소 간 표준화된 동결 절차의 부재는 해소해야 할 취약점이라고 짚었다. 사후 요청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공조와 차단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레드보드 총괄은 대북 제재를 넘어 중국에 대한 압박 필요성도 주장했다.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북한이 의존하는 중국의 자금세탁 망에 대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 중국의 조직범죄가 이용하는 중국 은행에 대한 기소와 소환장 발부, 탈취 사건 배후의 위협 행위자를 겨냥한 사이버 반격 작전"도 제안했다.

TRM랩스는 북한이 2017년 이후 약 100건의 해킹을 통해 128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올해 탈취 규모만 74억달러에 달하며,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중 북한 소행은 85%를 차지했다.

바이낸스 해킹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가운데 통일부는 정부 내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북 제재 논의는 아직 없다고 5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바이낸스 해킹 사건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한다는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에서 FBI의 발표가 "황당무계한 낭설"이라며 바이낸스 해킹 배후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