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수사…106명 입건
붉은 조명 아래 좁고 복잡한 복도가 이어졌다. 막다른 곳에 놓인 서랍장을 밀자 감춰져 있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빠져나가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비밀 도주로였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성매매 집결지에서 벌어진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현장이다.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이곳에서 업주와 건물주, 성매수자 등 100명이 넘는 인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약 1년간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를 수사해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106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47명은 서울남부공소청에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의 고발을 계기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4월에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집중 단속을 벌였다.
송치된 인원에는 성매매 업소의 건물주와 토지주 16명, 포주 20명, 성매수자와 성매도자 등이 포함됐다.
이번 수사에서 경찰이 주목한 대상은 업소 운영자뿐만이 아니었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와 토지주들의 책임을 확인하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했다.
건물·토지주들은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는 대형 백화점과 맞닿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른바 '영등포 유리방'으로 불리는 업소들이 수십 년간 영업을 이어오면서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인근 직장인은 JTBC에 "어린이들은 가급적이면 돌아서 간다"며 "(골목이) 일단 빨리 좀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경찰의 단속은 업소 내부 곳곳에 설치된 은폐 공간과 도주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이뤄졌다. 경찰이 대형 망치로 굳게 닫힌 철문을 부수고 진입하자 붉은 조명이 켜진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끝에 놓인 서랍장을 옮기자 외부로 연결된 숨겨진 통로가 발견되기도 했다.
단속 과정에서는 업소 관계자와 경찰 사이에 추격전도 벌어졌다. 현장에서 달아난 성매수자 한 명은 약 200m를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성매매 혐의를 확인하고 체포 절차를 진행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단체인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앞서 2021년 해당 집결지 건물주 50명을 집단 고발했다. 당시 일부 피의자는 "내 건물이 아니다" "80대 노모가 관리한다" 등의 진술을 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이후 등기부등본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해 지난해 건물·토지주 64명을 경찰에 다시 고발했다. 다시함께상담센터에 따르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집결지 내 29개 업소 가운데 19곳은 자진 철거했다. 나머지 업소들도 사실상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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