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선거에 흔들린 반도체, 한국 경제의 불안한 호황

입력 2026-11-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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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연이어 상향 조정되는데 정작 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부문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예상한 올해 성장률은 평균 3.7%로, 7개월 연속 상향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好調)와 예상을 웃돈 3분기 성장 실적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하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 강화 우려로 반도체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텍사스와 조지아 등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한 지역에서 전력·용수 사용과 전기요금 상승에 반발하는 주민 여론을 등에 업은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는데, 골드만삭스는 계획 중인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45%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경제가 이런 외부 충격에 대처할 만큼 균형 잡힌 성장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덕분에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국내총생산(GDP)의 19.4%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례적 수출 호황에도 내수와 고용, 중소기업의 생산·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더 큰 위험은 반도체 경기 흐름이 바뀔 때 드러난다. 메모리 수요 둔화(鈍化)로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과 기업이익은 물론 설비투자와 세수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도 미국 선거 결과에 성장 전망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경제 전반의 경쟁력 회복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당장 논란 중인 162조3천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부터 그렇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과 청년·지역 지원에 활용하겠다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9년부터 핵심 재원인 추가 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기금 사업비의 46.7%는 매년 반복해 지출해야 한다. 호황이 끝나면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줄이기 어렵다. 3.7% 성장 전망치에 환호할 때가 아니다. "놀랄 정도로 떨어진" 것은 서울 집값이 아니라 수많은 투자자들의 주식 잔고(殘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