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모래서 쇠 골라낸 조선의 작업장, 합천서 처음 나왔다

입력 2026-11-04 1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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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련로·정련로에 백자 대접까지… "늦어도 17세기까지 조업"

3일 오후 합천군 야로 등골제철유적 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조선시대 제철 유구가 드러난 발굴 현장을 둘러보며 조사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합천군 제공
3일 오후 합천군 야로 등골제철유적 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조선시대 제철 유구가 드러난 발굴 현장을 둘러보며 조사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합천군 제공

산의 모래에서 쇠를 걸러내던 조선시대 작업장이 국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경남 합천군은 3일 야로면 합천 야로 등골제철유적 발굴조사 현장을 주민과 연구자에게 공개하고, 조선시대 산사철(山砂鐵) 선광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사철은 산의 모래·자갈 등이 섞여 철 성분이 풍부한 광물이고, 선광지는 채굴한 광석이나 사철에서 광물과 불순물을 가려내던 장소다. 국내에서 산사철 선광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방형 선광지 두 곳(6·7호)은 5호 구상유구로 이어진 구조다. 내부 흙을 모두 물체질한 결과 산사철이 나왔다. 이곳에서 고른 산사철은 제련을 거쳐 불순물이 많이 남은 잡쇠덩이인 괴련철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에서는 선광지 외에 제철로 4기, 폐기장 1기, 수혈유구 8기, 구상유구도 확인됐다. 1호는 광석과 사철을 녹여 금속을 뽑아내던 상자형 제련로(상형로)다.

3일 오후 경남 합천군 야로면 합천 야로 등골제철유적에서 열린 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에서 주민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합천군 제공
3일 오후 경남 합천군 야로면 합천 야로 등골제철유적에서 열린 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에서 주민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합천군 제공

2·3호는 철 소재를 두드려 불순물을 없애던 석조형 정련단야로로, 하부 구조만 남아 있다. 1호 제련로 남쪽 경사면의 폐기장에서는 쇠찌꺼기와 노벽편, 소구경 송풍구가 수습돼 조선시대 상형로의 송풍 방식도 확인됐다.

문헌에 따르면 야로 일대 철 생산은 심묘리(지금의 야로면·묘산면 일원)를 중심으로 15세기 중엽 가장 활발했다가 19세기 후반 끊겼다. 기록상 적어도 1452년부터 1674년까지, 임진왜란을 전후해 200여 년 이상 철을 생산했다.

이번에 조업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백자 대접이 출토되면서 늦어도 17세기까지 선광과 제련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조선시대 제철 유적과 당시 사람들의 제철기술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확인했다"며 "유적의 가치를 지켜갈 수 있도록 보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국가유산청 '2026년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사업으로 국·도비를 지원받아 (재)삼강문화유산연구원이 수행했다. 군은 2023년 정밀지표조사와 2024년 시굴조사로 노적과 제철 관련 유구를 확인한 데 이어, 이번 발굴로 보존·정비계획 수립의 기반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