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88.3 해구 28년 만에 열린다…한국 제안 규범 2건 채택

입력 2026-11-04 11: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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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차 CCAMLR 연례회의서 자망 이빨고기 국제판매 제한·어선 폭발물 금지 채택

남극해에서 서식하는 이빨고기(메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제공한 자료 사진. 연합뉴스
남극해에서 서식하는 이빨고기(메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제공한 자료 사진. 연합뉴스

28년간 조업이 막혔던 남극해 어장이 열리고, 우리나라가 제안한 생태계 보호 규범 2건이 국제회의에서 나란히 채택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호주 호바트에서 열린 제45차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안건은 전체 제안 17건 가운데 3건뿐이었다. CCAMLR은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안건을 결정하는 구조여서, 단 한 나라의 반대로도 부결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제안한 2건이 모두 통과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남극해 관련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해양외교 역량과 위상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채택된 첫 번째 규범은 자망으로 잡은 이빨고기(메로)의 국제 유통을 2030년부터 전면 차단하는 내용이다. 자망은 바다에 그물을 장막처럼 설치해 지나가는 물고기의 머리나 지느러미가 그물코에 걸리도록 하는 어구다. 목표 어종 외에 다른 해양생물까지 무분별하게 포획할 우려가 있어 남극해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번 규범은 그 범위를 한 단계 더 넓혔다. 남극해 밖의 다른 해역에서 자망으로 잡은 이빨고기도 국제 시장에서 팔 수 없도록 했다. 포획 장소와 관계없이 자망 어획 이빨고기의 유통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두 번째 규범은 남극해에서 어선의 폭죽과 폭발물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조난 신호 발신 등 안전상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남극해 생물과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조업 재개의 길이 열린 88.3 해구는 남극반도 서쪽 벨링스하우젠해와 아문센해 일대에 걸쳐 있다. 이 해역은 이빨고기 자원에 관한 과학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998년부터 조업이 전면 금지됐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내 원양업계는 2016년부터 10년간 이 해역에서 공동 과학 조사를 진행해 왔고, 이번 회의에서 그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28년 만의 어장 개방이다.

우리나라는 CCAMLR 내 주요 직위에도 잇달아 진출해 있다. 지난해부터 총회 부의장과 크릴 관리 논의 소그룹 의장에 해양수산부 김정례 사무관이, 과학위원회 부의장에 국립수산과학원 정상덕 연구사가 각각 선임돼 핵심 논의를 이끌고 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남극해는 기후변화와 수산자원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이번 성과는 정부와 원양업계가 10년간 함께 쌓아온 과학 조사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토대로 88.3 해구 조업 재개를 위한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