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의 전리품 된 폴란드 헌재 사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입력 2026-11-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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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헌법재판소 앞에 진압경찰이 배치되고, 대통령과 헌재소장 측이 청사 진입을 위해 통제하는 측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순방 중 귀국한 대통령은 막아선 재판관들을 밀치고 청사로 들어가 '헌법기관이 무력으로 장악됐다'고 규정했다. 2015년 이후 헌재의 구성과 판결 효력이 정쟁(政爭)의 대상이 됐고, 헌법기관 문 앞에서 권력 다툼이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진 것이다. 사법부를 정치의 전리품으로 삼은 결과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대법원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정면충돌하면서 대법관 한 자리가 8개월 동안 비어 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를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고, 대법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갈등은 여야 정쟁으로 번졌다. 대법원장 탄핵과 국정조사, 법원행정처 폐지까지 거론되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해 대법원을 청와대가 원하는 구성으로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재제청 절차처럼 헌법과 법률에 세부 규정이 없는 부분을 정치권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폴란드 사태와 같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대법관 증원도 같은 맥락이다.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이 통과돼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증원된다. 상고심 적체 해소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증원분 12명에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까지 더해 26명 중 22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한 정권이 대법원을 채웠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폴란드에서도 양측 모두 헌법 수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사법부 구성이 권력 다툼의 대상이 되자 헌법기관 간 견제는 상호 존중 대신 적대로 바뀌었다. 폴란드가 보여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사법부 구성을 둘러싼 보복이 한 번 시작되면 어느 쪽도 멈추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여야 합의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임명 권한의 경계, 대법관 임명 절차의 책임과 시한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