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미래' 없는 미래대응기금, 정부 쌈짓돈 되나

입력 2026-11-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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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稅收)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 안정 장치"라면서 총 820조9천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 심사를 요청했다. 정부는 반도체발 세수 호황을 계기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지난해보다 12.8%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을 편성했다. 그러나 일시적 세수 증가에 도취해 국가재정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방만(放漫)한 편성이 아닌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특히 162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그 목적과 맞지 않는 예산 편성이 곳곳에서 지적됐다. 올해 361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청년 영화·공연·체육 관람 지원 목적의 '청년문화예술패스' 예산이 내년도 미래대응기금에는 7천925억원으로 무려 22배 폭증해 반영됐다. 또 농어촌 주민에게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1조1천657억원이 배정됐으며, 심지어 행정 부처 지방 이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장·차관 관사 확보에 56억7천200만원을 편성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인센티브(약 1천억원)나, 초·중·고교 냉방비 및 염전 지원(1천313억원)처럼 기존 정부 예산이나 지자체 경상비로 처리해야 할 소모성 경비까지 기금 사업으로 끌어왔다. 여기에다 구체적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여유 자금을 국회 통제권 밖에서 자율 전용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두다 보니 행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위험이 다분하다.

반도체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가 수년 뒤 소멸했을 때 그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의 빚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바와 같이 초과 세수는 우선적으로 나랏빚을 갚고 재정 규율을 확립하는 데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다. 이제 공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엄격한 돋보기 심사에 나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선심성 예산을 걷어내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회 본연의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