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수용 ] 북한의 다음 표적

입력 2026-11-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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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북한 해커들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훔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치는 63억달러(약 8조4천억원)어치로, 북한의 연간 상품 수출액의 13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범행 배후(背後)로 지목한 '트레이더트레이터'는 지난해 다른 거래소에서 15억달러를 훔친 북한 해킹 조직이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2024년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3억달러 넘게 탈취한 사건은 채용 담당자로 위장한 해커가 한 직원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됐다. 입사 시험 과제라며 악성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유도한 뒤 얻어낸 접근 권한으로 거래 정보를 조작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지난해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을 돕던 조직을 적발해 미국 16개 주에서 약 200대의 컴퓨터를 압수했다. 미국에 있는 컴퓨터를 원격으로 조작해 마치 현지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인공지능(AI)을 동원해 어떤 조직이든 내부자로 위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약 20억달러의 가상자산을 탈취했으며, 이런 수익이 정권 유지와 전략무기 개발에 쓰인다고 분석했다. 훔친 가상자산은 여러 거래소와 전자지갑을 거쳐 다른 코인으로 바뀌고, 자금세탁 조직을 통해 현금화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북한이 가상자산 업체에서 훔친 자금 중 1천500만달러 이상을 추적해 압수 절차에 나섰다.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일회성 절도가 아니라 정권 자금을 대는 조직적 사업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制裁)가 무색할 정도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약탈한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인다.

바이낸스는 해커들이 직원의 노트북과 거래 승인 시스템을 침해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에서 수조원대 자산을 움직이는 보안 체계가 직원의 컴퓨터 한 대에서 시작된 공격에 무너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공장을 움직이고, 병원과 전력망까지 컴퓨터에 의존하는 시대다. 언젠가 전력 공급이나 자동차 운행, 의료 장비의 통제 권한까지 공격받을 수 있다. 어느 날 해커들이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첨단 설비를 멈춰 세운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북한 해커들이 이번에 훔친 8조원보다 두려운 것은 막을 방법조차 불확실한 미래와 안보(安保)다.

ks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