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지점서 해외 기관 원화계좌 개설 후 한은 결제망 통해 국내 증권사 송금
해외 투자기관이 국내 금융사를 직접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원화계좌를 개설해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길이 열렸다.
우리은행은 싱가포르 지점에서 해외 투자기관의 원화계좌를 개설하고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을 통해 해당 기관이 국내 증권사로 원화를 송금해 원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거래를 은행권 처음으로 성사시켰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의 핵심 과제인 역외 원화거래 자유화가 시중은행의 실제 영업 현장에서 구현된 첫 번째 사례다.
이번 투자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RFI-K)'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비롯한 RFI-K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기관에 별도의 계좌를 개설하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원화를 직접 지급·수령하고 보유·조달·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점이다.
해외 투자자가 현지의 RFI-K에 원화계좌를 열면, 해당 기관이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 참가기관에 통합원화계좌를 개설해 고객을 대신해 복잡한 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가 한국 원화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 금융기관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시차를 감수하며 한국 영업시간에 맞춰 결제를 지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그러나 RFI-K 제도의 도입과 주말 및 공휴일을 제외한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의 24시간 상시 운영 체제가 맞물리면서, 이제는 해외 현지에서 계좌를 열고 현지 영업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원화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점하기 위해 지난 9월 싱가포르 지점을 비롯해 동경지점, 런던지점, 중국법인 등 주요 글로벌 거점 4곳을 재정경제부에 RFI-K로 등록하고 정식 인가를 획득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싱가포르 지점의 첫 실거래 성사를 마중물 삼아 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글로벌 금융시장의 현지 기관투자가들에게 원화국제결제망 이용 방식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각 지역별 영업시간에 최적화된 역외 원화 거래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나지영 우리은행 자금시장운용부 부부장은 "원·달러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이후 역외에서 원화 송금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거래 편의를 높이고, 원화 국제화 과정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