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김형준] 민심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입력 2026-11-02 13:54:24 수정 2026-11-02 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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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500일(10월16일)이 지났다. 대통령 취임 500일은 기대의 정치가 경험의 평가로 바뀌는 시점이다. 집권 초기에는 새 정부에 대한 희망과 전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지지율을 떠받친다.

그러나 500일이 지나면 국민은 인사와 정책, 위기 대응과 소통 방식을 충분히 경험한다. 이제 대통령은 무엇을 약속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바꾸었는지로 평가받는다.

여론조사는 정부의 성과 설명과 국민의 생활 경험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추세와 강도, 지지 연합의 변화다. 추세는 신뢰가 움직이는 방향을, 강도는 지지와 반대의 단단함을, 지지 연합은 국정을 떠받치는 기반의 변화를 드러낸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10월 4주 조사(19~23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5.3%, 부정 평가는 62.3%였다. 지난 6월1주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55.2%)는 약 20%포인트 급락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전체 부정 평가자 가운데 '매우 잘못한다'(51.6%)는 '강한 부정'의 비중이 약 83%에 이른다. 불만이 단순한 실망을 넘어 굳어진 반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 연합의 변화도 주목을 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지지 기반인 40대와 50대에서 조차 부정이 각각 61.4%와 53.1%로 긍정 평가(36.3%와 44.8%)를 압도했다. 이런 기류는 일시적 악재보다 정책과 통치 방식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반드시 평가해야 할 지표가 국정 방향성이다. 직무평가가 지금 일을 잘하는지를 묻는다면, 방향성 평가는 정부가 이끄는 미래를 신뢰하는지 묻는다. 전국지표조사(NBS)의 국정 방향성 평가(10월1주)에 따르면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은 43%인 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50%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3월 4주때와 비교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비율이 6개월만에 무려 25%포인트 증가했다. 정부는 이 격차를 국정의 진로를 점검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생활 전망은 정부 불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준다. 한국갤럽 조사(10월 27∼29일)에서 향후 1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53%, 내릴 것이라는 응답은 14%였다. 전월세 등 주택 임대료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66%였고,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7%에 그쳤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국민의 기대를 충분히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또한,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휠씬 쉽다"고 호언장담한 이재명 대통령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여론조사 결과,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방향, 생활의 전망이 함께 흔들린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유시민 작가는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두고 "필연적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지어 최근엔 "극단적인 경우에는 박근혜나 윤석열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유 작가의 예견은 적중할까? 민심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이재명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치명적인 한계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

첫째, 정책 무능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데 "일은 잘 할 것 같아서" 대통령으로 뽑아 줬는데 이제 국민들은 이재명이 "일을 참 못한다"고 확신하게 됐다. 한국갤럽이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4개월 되는 시점에 실시한 분야별 긍정 평가에서 부동산 19%, 인사 20%, 대북 24%로 최하위로 나타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둘째, 위선이다. 집권 세력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들먹이지만 '선출된 권력 우위론'에 도취돼 국회에서 다수의 폭정을 일삼고, 사법부를 압박하면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 셋째, 권력의 사유화다. 조작 기소 특검 추진과 같이 권력을 이용해 대통령 재판 공소 취소에 혈안이 돼 있다.

이제라도 이 대통령은 폭정을 멈추고 '누가, 왜 신뢰를 거두고 있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국민의 비판을 이겨야 할 논쟁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야권 비판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반박하는 것은 소통과 설득을 포기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행동이다. 이 대통령이 민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 자신은 성공한다"는 허황된 확신에 빠지면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의 길로 빠르게 접어 들 것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