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 건설한 변방 정착지는 평화로웠다. 어느 날 제국의 수도(首都)에서 온 조사관은 '변경 지대의 야만인들이 곧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원주민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기 시작했다. 정착지 치안 판사가 보기에 야만인들이 반란을 일으킬 기미(幾微)는 없었다. 판사는 제국의 폭력에 저항(抵抗)하다가 '반역자'로 찍혀 고문당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존 쿳시(John Maxwell Coetzee)의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 줄거리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이달 12일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方針)을 밝혔다. 지금껏 조 대법원장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하더니, 국정조사를 통해 탄핵 사유를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들이 '탄핵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탄핵'을 외치는 것은 '조 대법원장을 그냥 두면 언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지 모르고, 정권이 위험하다'는 공포감을 민주당 지지층에 심으려는 것이라고 본다. 조 대법원장 탄핵 몰이로 지지층 결집과 여론 반등(反騰)을 노리는 것이다.
2026년도 국회 국정감사는 10월 30일 끝났다. 이제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한 바람에 주식시장은 널뛰기를 거듭하고, 수도권 집값은 계속 오른다. 물가와 생활비도 걱정이다. 북한은 사흘이 멀다하고 탄도미사일을 쏘아대고, 한미동맹과 통상은 살얼음판이다. 여당이라면 이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와 탄핵, 조작기소 특검 추진, 오세훈 서울시장 무죄 판결 비판에 열을 올린다.
민주당은 왜 국가에도 이롭고 여론 반등에도 도움이 될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곁가지에 매달리는 것일까? 상대방 악마화, 여론전, 퍼주기에 특화(特化)된 정당이지 국가 운영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을 잡고도 내란 몰이, 탄핵 몰이, 검찰 타도 등 '상대 악마화'와 자기편끼리 나눠 먹기(예: 하동근 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이재명 변호사들 요직)에 집중한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니 그 언저리들은 잔치를 벌이고 국민은 골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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