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사회부장
BMW는 명차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정교한 기술력,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BMW의 명성을 만들어 온 핵심 요소다. 적지 않은 소비자가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돈을 들여 BMW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를 살 때의 기대와 고장이 난 뒤 마주하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차를 팔 때는 명차를 내세우면서,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에게 비싼 수리비와 불편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이 BMW의 사후서비스(AS)라면 그 명성이 무색하다.
최근 BMW 일부 차량에서 헤드라이트 주간주행등이 누렇게 변색되거나 아예 꺼지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LED에서 발생한 열로 빛을 전달하는 플라스틱 부품이 변색·탄화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BMW코리아의 무상수리는 일부 차종과 연식, 주행거리 조건에 한정돼 있다. 그 밖의 차량은 무상수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본사 심사를 거쳐야 한다. 5시리즈의 경우 헤드라이트 양쪽을 교체하는 데 공임을 포함해 7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따로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고장이 발생했는데도 차량의 조건에 따라 수리비 부담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부품 자체의 결함이나 설계 문제가 원인이라면 주행거리가 10만㎞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가. 보증기간이 지났다는 사실과 제조물의 결함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보증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제조사가 안전 문제를 외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더욱이 주간등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차량의 존재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리는 안전 관련 장치다. 부품이 타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
BMW 5시리즈의 냉각수 누수 문제도 차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거론된다. 특히 G30 버전의 경우 주행거리가 10만㎞를 넘긴 뒤 냉각수 누수를 경험했다는 사례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 잇따른다. 차주들은 통상 서비스센터에서 보증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유상수리를 안내받는다.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리비 부담이 커 동네 정비업체를 찾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애프터마켓 부품으로 수리해도 수백만원이 들고, 누수가 반복돼 차량 교체까지 고민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더 심각한 것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리 기준의 불투명성이다. 일부 차주들은 보증기간이 지난 뒤에도 서비스센터에 강하게 항의하거나 본사의 심사를 거친 끝에 무상수리를 받았다고 말한다. 반면 같은 문제를 겪고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소비자는 고액의 수리비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알아서 문제를 파악하고, 강하게 항의하고, 본사 심사를 요구해야만 수리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는 정상적인 AS라고 보기 어렵다. 소비자가 얼마나 끈질기게 따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품질보증 체계가 아니라 정보와 대응 능력의 차이에 따른 불공정이다.
특히 BMW코리아는 언론에서 헤드라이트 황변 현상에 대해 수차례 질문을 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는데 소비자들이 물으면 답변해줄리 만무해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도 자발적 리콜만 기다리지 말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귀담아 듣고 명명백백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명차의 가치는 판매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BMW가 지켜야 할 것은 고급스러운 엠블럼과 브랜드의 명성만이 아니다. 그 이름을 믿고 비싼 돈을 지불한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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