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진정성(眞正性)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등재가 확정된다. 대한민국의 태권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태권도'로 세계적 공인을 받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2024년 3월 유네스코에 단독 등재(登載) 신청을 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남북 공동 등재'만 타진하다가 뒤통수를 거세게 맞은 꼴이 됐다. 대화·평화 타령하다가 국가 안보를 망친 모양새와 정확히 오버랩된다.
무능(無能)도 이쯤 되면 고의(故意)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종북 정권이 한민족 고유 무술의 정통성을 은근슬쩍 북한에 넘겼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태권도는 고대 부족국가 시절의 무예 활동에 기원을 두고, 택견과 수박(手搏) 등 전통 무예로 이어져 왔으며, 대한민국 건국 이후 현대 스포츠로 발전했다. 북한 태권도는 한국 태권도의 분파(分派)로 이해할 수 있겠다.
현재 200여 나라의 수억 명이 수련하는 태권도는 1955년 명칭이 제정됐고, 1972년과 1973년 각각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이 창설되면서 세계화(世界化)에 시동을 걸었다. 88서울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았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같은 길을 태권도는 걸어왔다.
북한 태권도는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빚고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최홍희에 의해 전해졌다. 한국군 장군이었던 최홍희는 군대 내에서 무술을 연구하면서 '태권(跆拳)'이라는 명칭을 제정하고, 1966년 세계 최초의 국제 태권도 기구인 국제태권도연맹(ITF)를 창설한 인물이다. 북한 정권은 1980년 ITF 시범단을 평양으로 초청한 뒤, 태권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ITF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은 2002년 장웅 북한 IOC 위원이 최홍희 사망 후 ITF 총재로 선출되면서이다.
기괴한 정권의 '의심스러운 무능'으로 인해 태권도의 정통성(正統性)마저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sukmin@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