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 물가 잡았다는 정부, 각 부문 가격 상승 압력 더 거세져

입력 2026-11-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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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째 3% 안팎을 맴돌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인데, 석유류 가격은 14.9% 급등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根源物價)마저 2.8% 올랐다. 농산물 가격 하락(-7.5%)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거세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효과를 내세우며 물가가 주요국보다 안정적이라고 자평(自評)하지만 중동전쟁발 비용 상승 압력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가공식품이나 외식 가격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증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11월에도 소비자물가 2%대 후반 상승을 내다봤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속하고, 김장철을 앞두고 역대 최대인 640억원 규모의 할인·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격을 억누르거나 재정을 투입해 할인하는 방식으로 생산·유통 과정에 누적된 비용 상승분까지 없앨 수는 없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동안에도 물가 압력이 누적(累積)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 결국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린 데 이어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25%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자영업자는 고물가와 고금리 충격에 훨씬 취약(脆弱)하다. 정부가 물가 정책 성과를 자랑하는 동안 국민은 비싼 생활비와 무거운 이자 부담에 짓눌릴 처지다. 정부는 일시적 할인 지원이나 가격통제에 매달릴 게 아니라 유통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 시장 경쟁 촉진 등 가격 상승의 구조적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 재정지출이 물가 압력을 키우지 않도록 우선순위도 따져야 한다. 물가를 잡겠다며 늘린 재정 부담에다 금리 비용까지 국민이 떠안게 된다면 과연 성공한 물가정책이라고 평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