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뒤집은 '정년연장', 한국선 90% 찬성 '정반대'…왜?

입력 2026-10-25 10:56:58 수정 2026-10-25 11: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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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 및 학교 봉쇄에 나선 가운데 쓰레기통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 및 학교 봉쇄에 나선 가운데 쓰레기통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은퇴 시기를 늦추는 정책을 놓고 프랑스와 한국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법정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려는 정부의 연금개혁에 노동계와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로 반발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에 국민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의 상반된 분위기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연금 소득대체율과 노인 빈곤율이 꼽힌다.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보니 정년 연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연금 많이 받는데 왜 일을 더 하래?"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프랑스 근로자의 세후 실질 연금 소득대체율은 70.0%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과 비교해 연금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퇴 전 세후 소득이 월 300만원이라면 실질 연금 수령액은 월 210만원 수준이라는 의미다. 프랑스의 세전 총소득대체율도 56.6%로 OECD 평균인 52.0%를 웃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프랑스가 정년을 65세까지 늦출 경우 약 180억유로, 당시 환산 기준으로 약 25조8천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과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다. 당시 반대 시위에는 하루 최대 1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관련 조치의 시행을 2028년까지 유예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사회적 갈등에도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을 둘러싼 반발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년을 늦추는 정책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의 입장과 은퇴 이후의 삶을 침해한다는 노동계와 시민들의 인식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프랑스는 연금 소득 대체율이 70%에 달해 굳이 더 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소득 대체율이 낮으니 정년을 늘려 소득을 유지하려는 요구가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韓, 연금은 '찔끔', 노인빈곤율 ↑…정년 연장 요구로

반면 한국의 세후 실질 소득대체율은 39.0%에 그쳤다. 세전 총소득대체율 역시 33.4%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연금 보장 수준의 차이는 정년 연장 정책을 둘러싼 여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에서는 은퇴 시기가 늦춰지면 더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커졌다. 한국에서는 퇴직 이후 연금 수령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줄이고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년 연장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전국 만 20∼69세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높이는 방안에 응답자의 88.3%가 찬성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관련 입법을 추진해 왔다. 다만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지난해 입법은 지연됐으며, 연내 처리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퇴직 이후 소득이 끊기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정년 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고령 근로자의 고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 청년층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 역시 논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내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와 청년 고용에 미칠 영향을 조율하는 문제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 정년 연장 요구가 강한 배경에는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차이도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만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아져 최대 만 65세다. 이 때문에 퇴직 시점과 연금 수령 시점 사이에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퇴직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중장년층의 생활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고용 기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연금 수급 전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 기반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인 빈곤율에서도 두 나라의 차이는 뚜렷하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해 프랑스의 노인 빈곤율은 6.2%였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프랑스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OECD 평균 수준으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노인 빈곤율을 낮춰야 한다"며 "동시에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정과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사회적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