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고꾸라진 삼전닉스…증권가는 "역사적 저평가"

입력 2026-10-22 09: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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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대비 삼성전자 38%·SK하이닉스 56% 급락
선행 PER 역대 최저 구간…증권가 "펀더멘털 아닌 수급·심리 위축"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쓰고도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밀렸다.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와 외국인 매도가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된 것으로 보고 현재 주가 수준을 역사적 저평가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AI 거품론에 기댄 과잉공급 우려가 남아 있어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중순 고점 대비 지난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38.34%, SK하이닉스는 55.87% 급락했다. 특히 이달 들어 깊은 낙폭을 보였는데, 1~21일 삼성전자는 17.06%, SK하이닉스는 27.76% 내렸다.

주가 흐름과 달리 실적은 정반대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주가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8일 이후 한 달 가까이 매도세를 이어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9조9662억원, 삼성전자를 4조752억원 순매도했다. 기록적인 이익에도 외국인 이탈을 막지 못한 셈이다.

외국인이 등을 돌린 배경에는 AI를 둘러싼 불안이 있다. AI 기업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추격, 미국 코어위브발 신용 위험, 물가·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이번 급락을 과도한 조정으로 본다. 두 회사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기보다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경쟁사인 TSMC의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주가 하락률은 6.8%로 국내 반도체 투톱보다 낙폭이 훨씬 작았다.

저평가의 핵심 근거는 밸류에이션 지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6~7배에서 움직였지만 최근 급락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마이크론(12배)이나 TSMC(28배)와 견주면 극단적인 저평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5배, 2.8배 수준으로 역대 다운사이클 최하단을 하향 이탈한 상태"라며 "2028년 이후 큰 폭의 감익 사이클 시작을 가정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AI 수요 강세와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를 감안하면 과도한 비관론"이라고 진단했다.

실적 전망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점도 저평가론을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0~15%, 낸드플래시는 15~20% 더 오를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마이크론이 내년 공급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실적에 긍정적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주가 급락은 경기 침체와 이익 감소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라며 "추가 하락 위험보다 밸류에이션 정상화에 따른 상승 여력이 더 큰 비대칭적 투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4.2배로 역사적 평균을 밑돈다고 진단했다. 단기간 20% 넘게 빠진 이번 급락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JP모건은 한국·대만 증시에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며 AI 하드웨어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67만원, 470만원으로 파격 전망을 제시하며 메모리 수요가 2028년까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긍정론은 국내 증권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했지만 목표주가를 낮춘 국내 증권사는 없다. 오히려 메리츠증권은 지난 12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1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올렸다.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거품론에 근거한 반도체 초과공급 우려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공격적인 증설 경쟁이 자칫 메모리 과잉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요를 견인한 시스템당 메모리 용량 증가율이 내년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며 "내년 HBM 생산이 기대에 못 미치면 수급이 내년 하반기 이후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저평가 매력이 실제 반등으로 이어지려면 AI 투자가 계속된다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 진정 여부와 메모리 가격 흐름, 오는 28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가 주가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수요가 극도로 견조해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비관적 해석보다 업종내 선두 그룹의 낙관적 전망에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