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돈 6.3조 삭제됐는데…레버리지 ETF 책임 놓고 당국은 '집안싸움'

입력 2026-10-22 1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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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손실 6조3130억 원…출시 두 달 반 만에 눈덩이
금융위 정책 주도·금감원 심사 부담…감독체계 독립성 도마
특사경 수사권부터 상품 도입까지…"양 기관 권한 갈등 반복"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출시 두 달 반 만에 6조3130억 원의 손실을 본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금감원 노동조합은 금융위에 종속된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감독기구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8월 14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총손실은 6조3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의 하루 주가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한 결과다.

전체 손실 가운데 매매를 통해 확정된 손실은 2조3242억 원, 보유 상품의 평가손실은 3조9888억 원으로, 평가손실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손실이 발생한 계좌는 약 54만6000개로, 계좌당 평균 손실액은 1156만 원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손실 규모가 2조530억 원으로 가장 컸다. 50대가 1조8655억 원, 30대가 1조91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계좌당 손실액은 고령층에서 두드러졌다. 70대 이상은 9800개 계좌에서 2934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계좌당 평균 손실액이 약 2994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의 2.6배 수준이다.

손실이 실제 매매를 통해 확정되는 흐름도 이어졌다. 7월 말 1조9638억 원이었던 매매 손실은 8월 14일 2조3242억 원으로 보름여 만에 3604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평가손실은 4조395억 원에서 3조9888억 원으로 507억 원 감소했지만, 전체 손실은 6조33억 원에서 6조3130억 원으로 3097억 원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감원 노조 "금융위 종속 구조가 근본 원인"

대규모 손실이 확인되면서 상품 도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판단과 감독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심사와 관련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정책적으로 제시한 상품 상장 일정이 금감원의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가 끝나기 전에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심사에 착수한 것도 이례적인 사례였다고 인정했다.

당초 금융위는 국내외 투자상품 간 규제 차이를 해소하고 투자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상품 출시 이후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을 활용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우려와 투자자 손실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당국은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이에 금감원 노조는 21일 성명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노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의 주범은 1999년 금융감독원 출범 이후 정책에 종속될 수밖에 없도록 개악된 현행 금융감독체계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지도·감독권을 보유하고 정원과 예산을 승인하는 구조에서는 금융정책의 부작용을 발견하더라도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감독규정 제·개정이나 금융위 안건 상정 권한도 제한돼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한 금융정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감독 책임은 금감원에 집중되고,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 지정 논의나 유보조건 부과 등 행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융위의 금감원 지도·감독권과 예산 승인권을 국회로 이관하고, 금감원장 임명 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금감원에 감독규정 제·개정과 금융위 안건 상정 권한을 부여하고,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특사경 이어 레버리지 ETF…해묵은 갈등 재점화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인지수사권 확보와 직무 범위 확대를 둘러싸고 양측이 충돌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수사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위는 권한 남용 가능성과 통제 문제를 우려했다. 특히 금감원이 회계감리와 금융회사 검사 영역까지 특사경의 직무 범위를 넓히려 하면서 양측의 견해차가 커졌다. 이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되 금융위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통제하는 방향으로 절충안이 논의되면서 갈등은 잦아드는 모양새였다.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주도권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 금융위 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금감원이 제외된 문제 등을 놓고도 긴장 기류가 형성된 바 있다.

이처럼 두 기관은 정책 결정권과 감독 권한의 범위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이견을 드러냈다. 이번 레버리지 ETF 사태에서도 상품 도입을 추진한 금융위와 심사를 담당한 금감원의 역할이 맞물리면서 양측의 권한과 책임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금융위와 금감원 중 한쪽의 책임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상품 도입을 결정한 정책 당국의 판단뿐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손실 규모가 확인된 만큼 양 기관의 권한 다툼에 그치지 않고 상품 도입과 심사, 사후 감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사경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레버리지 ETF 사태까지 반복되면서 정책 결정과 사후 감독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한 문제가 드러났다"라며 "비슷한 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두 기관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각 단계에서 책임질 주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