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폭력시위 배후, 극좌 '블랙 블록' 의심"…"이란·러시아 개입 의혹"

입력 2026-10-21 15:36:00 수정 2026-10-21 17: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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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블랙 블록, 검은 옷 입고 공공시설 등 공격"
더타임스 "이란·러시아, 극좌세력 침투...프락치 공작 가능성"

지난 주말 파리 폭동 사태 당시 복면을 쓴 시위 참가자가 불타는 바리케이드 앞에서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주말 파리 폭동 사태 당시 복면을 쓴 시위 참가자가 불타는 바리케이드 앞에서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진 가운데 '블랙 블록'(Black Bloc) 등 극좌 세력이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이번 사태에 러시아와 이란 등이 개입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극좌 세력이 폭력 사태 주도"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광범위한 폭동과 약탈을 주도한 배후 세력으로 블랙 블록이 지목됐다.

지난 수십년간 프랑스 시위 현장에 등장해 온 블랙블록은 무정부주의, 반자본주의, 반파시즘을 표방한다. 이들은 주로 검은 옷과 복면을 착용하고 경찰과 충돌하거나 자본주의 또는 국가의 상징물을 공격한다.

앞서 17, 18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는 55만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과 생활비 부담 급등에 항의하는 노동자·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파리 등 주요 도시 곳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거리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돈과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화점, 명품매장, 시청 등 각종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프랑스 중부 리모주 시청 방화 혐의로 체포된 34세 남성은 극좌 세력과의 연계가 의심됐다. 기욤 게랭 리모주 시장은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극좌 활동가들이 공격을 위한 물자를 준비하고 사전에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도 "일부 지역에서 극좌파가 주도하는 봉기성 행동이 계획됐다"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 정부와 검찰은 극좌 세력이 약탈 등을 주도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FT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프랑스 극좌 성향 세력 가운데 폭력 행동에 나설 위험이 있다고 간주되는 인물은 약 5천명이다. 블랙 블록은 1980년대 서독의 급진 좌파 운동에서 시작돼 이후 반세계화 시위 등을 통해 확산했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를 계기로 세력을 키웠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와 암호화한 메시지 앱으로 전술을 공유하고 즉흥적으로 집결하는 경우가 많고, 조직적인 지도부나 체계가 없어 당국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 "러시아·이란 개입"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러시아와 이란 등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전체주의 정권들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을 약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이번 시위를 처음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번 시위로 드러난 사회적 분열을 이용해 서방 측을 적대하는 국가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공영 라디오 프랑스 퀼튀르는 "경찰과 지역 정보당국 소식통들은 외국 세력의 지원을 받거나 외국 세력에 의해 게시물이 널리 확산된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이 소요 가담자들의 동원을 부추기고 증폭시키며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말한다. 이란과 러시아, 알제리가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 다비드 콜롱 역사학 교수도 "러시아, 이란, 알제리가 긴장을 증폭시키고 악화하는 데 관여했다. 특히 이란이 성과를 거뒀다"며 "극좌 단체에 침투한 점이 이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미 자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선전공작 조직 '스톰-1516' 등을 통해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콜롱 교수는 "대규모 폭력이 발생한 17일 시위 현장에 러시아 공작원이 잠입해 참가자들을 격앙시키려는 프락치 공작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