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밌는 사투리] (7) 등겨(1)

입력 2026-10-23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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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경북의 중앙인 의성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농사꾼의 아들이기 때문에 하늘이 높고 소가 살찌는 가을로 이해된다. 이제 고희를 맞았으니,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죽을 끓이고 당가리를 버무려 소한테 먹이를 주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당가리'는 표준어 '등겨'의 사투리이다. 이번에는 '등겨'의 전국 방언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표준어 '등겨'의 어원은 국어어원사전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농촌에서 흔히 사용하던 어휘라서 등한시한 것 같다. 우선 사투리 '당가리' 어원부터 살펴보자. 당가리는 달-(甘,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가리(粉, 'ᄀᆞᄅᆞ'에서 변함)로 분석된다. 단가리>당가리로 변하였다.

당가리의 뜻을 아니 등겨의 어원도 쉽게 풀린다. 등겨라는 단어는 1779년에 발간된 한청문감에 나온다. 어원은 달-(甘,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겨(穀殼, 곡식의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겨>당겨>덩겨>등겨'로 변화되었다.

나락(벼)은 겉껍질과 속껍질 그리고 쌀로 이루어져 있다. 나락을 정미소에 가서 찧으면 겉껍질이 먼저 벗겨지고 속껍질과 쌀눈이 차례로 깎여 쌀이 된다. 속껍질과 쌀눈을 합쳐서 당가리라 한다.

등겨의 풀이를 보면 ①벼의 겨, 겉겨는 왕겨, 속겨는 쌀겨(한글학회 큰사전) ②벗겨 놓은 벼의 껍질(왕겨와 쌀겨를 구분하고 있음, 표준국어대사전) ③벼의 껍질(왕겨와 쌀겨를 구분하고 있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로 되어 있다. 등겨가 속껍질, 즉 속겨의 의미와 동일한데 사전에는 겉겁질까지 의미 영역이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등겨의 어원을 모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겉겨는 ▷왕겨 ▷거친겨 ▷나락등겨 ▷아시등겨 ▷센등겨로 나타나고, 속겨는 ▷두불등겨 ▷단등겨 ▷고분등겨 ▷쌀죽겨 ▷몽근등겨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속겨의 의미로 쓰는 전국의 사투리를 찾아 그 어원을 밝힌다.

등겨에서 변한 '등게(강원, 경기, 충북, 경북, 경남)>등기(경북)가 있다. 등겨에서 변한 덩게(전북), 덩개(경남)가 보인다. 등겨에서 변한 딍게(전북)>딩게(강원, 충남, 충북, 경북, 경남, 전북)가 있다. 등겨>*등져>등저(전북, 전남)가 있고, 등겨>*등져>*등졔>등제(강원, 경기, 전남)가 있다.

당가리는 강원, 경북에서 사용한다. 당가리>*당거리>덩거리(경북)로 변하거나 당가리>댕가리(경북)로 변한다. 당가루는 달-(甘,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가루(粉, 'ᄀᆞᄅᆞ'에서 변함)로 분석된다. 단ᄀᆞᄅᆞ에서 지역에 따라 당가리(강원, 경북), 당가루(강원, 충북, 경북)로 변했는데 그 의미는 같다. 당가리>댕거리(경북)로 변했거나 당가리>*당거리>덩거리(경북)로 변했다. 당갈기는 단ᄀᆞᄅᆞ에서 접미사 '기'가 결합되어 단ᄀᆞᆯ기>당갈기(강원)로 되었다.

당가루(강원, 충북, 경북)에 딩기(등겨에서 변함. 경남, 전남)가 결합된 것으로 당가루딩기(경북)가 만들어지고, 음절이 줄면 당갈딩기(경북, 경남)가 된다. 당가리(경북)에 딩기(경남, 전남)가 결합된 것으로 당가리딩기(경남)가 만들어지고, 음절이 줄면 당갈딩기(경북, 경남)가 된다.

등겨에 당가루(강원, 경북, 충북)가 결합되면 혼효형 등가루(강원)가 나타나고, 등겨에 당기리(강원, 경북)가 결합하면 혼효형 등가리(강원)가 나타난다. 표준어 등겨에 대한 사투리가 많아 다음 호에 계속 이어간다.

한국방언연구소장 신승원 sinswon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