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현 W병원장
99일 된 아기의 작은 손가락과 99세 할머니의 부러진 고관절. 공교롭게도 두 환자는 같은 날 우리 W병원에서 수술받았다.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아기와 한 세기를 살아온 어르신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수술이 어렵고 위험 부담이 크며, 의료진이 짊어져야 할 책임 또한 무겁다는 것이다.
아기는 선천성 다지증으로 태어났다. 첫아기를 얻은 기쁨도 잠시, 부모는 걱정과 죄책감에 잠긴다. "제가 임신 중 무엇을 잘못했나요?" "신경이 다치면 평생 장애가 남지 않나요?" 수없이 들어온 질문들이다.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아기의 손가락은 작지만 그 안에는 뼈와 연골, 관절, 힘줄, 신경과 혈관이 정교하게 얽혀 있다. 평생 사용할 손가락의 모양과 기능을 바로잡으려면 오랜 임상 경험과 정교한 수술 기술이 필요하다.
수술만큼 어려운 일은 부모의 불안을 함께 감당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는 혈관에 정맥주사를 놓고 채혈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아기가 울면 부모의 가슴도 무너진다. 때로는 그 걱정이 의료진을 향한 원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그 작은 생명이 부모에게는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날, 다른 수술방에서는 99세 할머니의 고관절 골절 수술이 진행됐다. 경남에서 30여 년간 진료해 온 정형외과 원장님이 의뢰한 환자다. 왜 이처럼 위험한 환자를 대학병원이 아닌 W병원에 맡겼을까? 신속한 수술과 진료과 간 협력,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오랜 신뢰 때문이리라. 그 믿음이 너무나 고마우면서도 책임감은 그만큼 더 무거웠다.
할머니는 평소 스스로 걸어 다니셨지만, 내원 당시 심박수가 분당 45회 정도로 매우 느렸고 심박동기 삽입까지 고려해야 할 심장질환이 있었다. 마취와 수술에 따른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골절을 방치할 수도 없었다. 수술의 위험과 수술하지 않을 위험 사이에서 우리는 신중하게 최선의 길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병원에는 고관절 골절과 인공관절 수술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최고 수준의 전문 의료진이 있다.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의료진과 긴밀히 협의하고 보호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할머니는 이틀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고향의 요양병원에서 회복 중이시다.
같은 날 수술받은 두 환자는 의사인 우리에게 묻는다. "어렵고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외면해도 되는가?" 물론 무모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는 아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정확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먼저다. 그러나 치료할 역량이 있음에도 위험과 책임이 두려워 등을 돌린다면 의사의 사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W병원은 이러한 어려운 환자들을 매일 마주한다.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환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병원의 진정한 실력은 단순한 수술 건수가 아니라, 가장 도움이 절실한 환자를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고 끝까지 책임지는가에 있다고 믿는다.
99일 된 아기가 언젠가 그 작은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99세 할머니가 다시 가족과 함께 걸으시기를 소망한다. 한 아이에게는 앞으로 펼쳐질 삶의 희망을, 한 어르신에게는 지나온 세월의 존엄을 지켜드리는 일. 그것이 우리 W병원이 어렵고 힘든 수술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이며, 지역사회에서 끝까지 지켜 가고 싶은 의료의 가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