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장류축제 사과문 논란…"박혜원 공연 중단, 왜 정치인에게 사과하나"

입력 2026-10-19 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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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착오로 공연 중 내빈 인사"…가수·관객 이어 김민석 대표에게도 사과

순창장류축제위원회가 홈페이지 팝업창에 올린 사과문. 순창장류축제 홈페이지 캡처
순창장류축제위원회가 홈페이지 팝업창에 올린 사과문. 순창장류축제 홈페이지 캡처

가수 공연이 끊긴 책임을 사과하는 자리에서 주최 측이 정치인에게까지 고개를 숙이면서, 전북 순창장류축제위원회의 사과문이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윤영식 순창장류축제위원장은 18일 축제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개막공연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일 주최 측의 착오로 공연 도중 내빈 인사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공연을 이어가던 가수 박혜원(HYNN/흰)과 팬, 관람객에게 사과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가 된 것은 그다음 문장이다. 위원회는 "의도치 않은 논란을 빚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께도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잘못이 주최 측의 진행 착오라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정작 공연이 끊긴 피해자인 가수·관객과 같은 선상에 정치인을 놓았다는 지적이다.

발단은 지난 15일 순창고추장민속마을에서 열린 제21회 순창장류축제 개막식이다. 박혜원이 두 곡을 부르고 다음 곡을 준비하던 중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하는 엄청난 팬이 있다"며 김민석 대표를 소개했다. 김 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가수는 무대에서 내려갔고, 김 대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박희승 의원 등을 언급하며 인사말을 했다. 공연은 인사말이 끝난 뒤에야 재개됐고, 가수가 곧바로 등장하지 못하는 혼선도 빚어졌다. 현장 영상이 유튜브와 SNS로 퍼지면서 "공연이 끝난 뒤 인사하면 안 됐느냐"는 반응과 함께 '과잉 의전'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 본인은 주최 측보다 앞서 입장을 냈다. 김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을 끼친 가수 HYNN(박혜원)님과 관객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적고, "공연 중이라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사회자에게 호명돼 인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공연자의 무대와 관객의 관람이 정치인의 인사나 의전보다 앞설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축제를 망친 난입", "유세장 악용"이라며 비판했다.

결국 김 대표 측이 호명에 따라 올랐다고 해명하고 스스로 사과한 상황에서, 주최 측이 다시 김 대표에게 사과한 셈이다. 사과의 무게가 책임이 있는 진행 방식보다 정치인의 입장 쪽으로 기운 것처럼 읽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형 축제 기획 전문가는 "수십 년간 수많은 지역 축제와 행사를 연출해 봤지만, 진행 중인 가수의 무대를 끊은 일로 주최 측이 정치인에게까지 공개 사과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지역 축제의 주인이 시민과 관람객이 아니라 여전히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순창장류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2026 예비 글로벌 축제'로 선정된 뒤 처음 열린 행사다. 순창군은 기간을 나흘로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 프로그램과 다국어 안내, AI 통역 지원 등을 강화하며 'K-푸드 축제'로의 도약을 내세웠다. 준비상황 보고회에서 안전관리와 운영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개막 무대 진행 미숙은 더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회는 사과문 말미에서 "행사 진행 및 무대 연출 전반을 세심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연 중 내빈 소개를 결정한 경위와 사전 조율 여부는 사과문에 담기지 않았다. 공연자와 관객을 우선하는 의전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가 재발 방지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