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전 동거남 '유치' 신청 법원이 기각…제주·강릉·전주·성남·대구 스토킹 참극 잇따랐지만 [시사뒷담]

입력 2026-10-17 18:48:44 수정 2026-10-17 19:24:26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 동거녀를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유치 임시조치를 기각한 가운데, 최근 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중범죄로 이어진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이 잇따르며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과 상관 없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전 동거녀를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유치 임시조치를 기각한 가운데, 최근 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중범죄로 이어진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이 잇따르며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과 상관 없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전 동거녀 집을 찾아가 흉기를 들고 자해하겠다는 취지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유치 임시조치까지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이후에도 피해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랐던 만큼, 접근금지와 연락금지만으로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남는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17일 특수협박 혐의로 A(20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A씨는 16일 오후 10시 10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있는 전 동거녀 B(20대)씨 집 앞에서 귀가하던 B씨에게 흉기를 든 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취지로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술에 취한 상태로 B씨 집을 찾아갔다. 평소 알고 있던 현관 비밀번호로 집 안에 들어간 뒤 흉기를 가지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A씨에 대해 접근금지·연락금지 등 1~3호 임시조치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5호 임시조치를 함께 신청했다.

그런데 법원은 1~3호 임시조치만 받아들이고 유치는 기각했다.

경찰은 A씨를 석방하기 전 B씨에 대한 안전조치를 진행했으며, A씨가 접근금지 등을 위반할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전 동거녀를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유치 임시조치를 기각한 가운데, 최근 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중범죄로 이어진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이 잇따르며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과 상관 없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전 동거녀를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유치 임시조치를 기각한 가운데, 최근 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중범죄로 이어진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이 잇따르며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과 상관 없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접근금지'만으로 충분할까…최근 반복된 보호조치 뒤 참극

이 대목에서 최근 잇따랐던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신고와 접근금지, 분리조치 등 보호절차가 작동했음에도 끝내 중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제주에서는 스토킹·성폭력·교제폭력 등으로 수차례 신고했던 40대 여성이 신고 대상인 6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해당 남성을 4차례 신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불과 한 달여 전 강릉에서는 사실혼 관계였던 옛 연인을 스토킹한 정황이 있던 70대 남성이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해자는 앞서 주거침입과 소란으로 두 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스토킹 혐의로도 고소했지만, 경찰은 당시 지속성과 반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불송치했다. 이후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불송치 이후에도 피의자가 4차례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4일 전주에서는 스토킹과 가정폭력으로 분리 조치를 받고 있던 70대 남편이 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피해자는 경찰에 8차례 신고했고, 남편에게는 서면경고와 접근·연락 금지 등 스토킹 잠정조치 1~3호가 내려져 있던 상태였다.

올해 7월 성남에서도 경찰의 접근·연락 금지와 스마트워치 지급 등 보호조치를 받고 있던 여성이 과거 교제했던 남성에게 살해됐다.

더 나아가 법원의 판단이 사실상 오판이 된 사건이 실제로도 발생했다. 지난해 6월 대구에서는 스토킹하던 여성을 흉기로 협박한 4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피해자 집 앞에 인공지능 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했지만, 해당 남성은 한 달여 뒤 아파트 가스 배관을 타고 피해자 집에 침입해 살해했다.

법원 접근금지 명령이 이뤄졌음에도 범행이 발생한 사례 역시 있다. 지난해 법원에서는 접근금지를 어기고 옛 연인을 납치해 살해하려 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해당 남성은 2차례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를 찾아갔고 다행히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살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 동거녀를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유치 임시조치를 기각한 가운데, 최근 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중범죄로 이어진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이 잇따르며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과 상관 없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전 동거녀를 흉기로 위협한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유치 임시조치를 기각한 가운데, 최근 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중범죄로 이어진 스토킹·교제폭력 사건들이 잇따르며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과 상관 없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법원 판단과 별개로 남는 질문

물론 법원의 유치 기각 역시 사건 기록과 법적 요건을 토대로 내려진 판단이다.

다만 전·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치명적인 범죄로 번질 위험을 연구한 학술자료들을 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몇 가지 위험 신호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28개 실증연구를 종합한 친밀한 관계 살인 위험요인 메타분석에서는 흉기를 이용한 위협, 일반적인 협박과 살해 협박, 스토킹, 통제 행동, 신체적 폭력 등이 살인 위험 증가와 연관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스펜서·스티스, '친밀한 관계 살인의 위험요인에 관한 메타분석', 학술지 '공격성과 폭력행동'(Aggression and Violent Behavior))

미국 등에서 활용되는 '위험도 평가'(Danger Assessment)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이 도구는 스토킹, 동거 뒤 이별·별거, 과거 가정폭력 관련 체포 전력, 살해 위협, 흉기 사용 여부 등을 종합해 치명적 폭력 위험을 평가한다. 개발·검증 연구에서는 친밀한 관계 살인 사례 310건과 학대 피해 여성 대조군 324명을 비교해 위험요인의 예측력을 검증했다. (재클린 C. 캠벨·대니얼 W. 웹스터·낸시 글래스, '친밀한 관계 여성 살해 위험평가 도구의 타당성 검증', 학술지 '대인관계 폭력 저널'(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접근금지 명령 자체만으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미국에서 남성 친밀한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 231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 가운데 약 11%가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고, 그중 약 5분의 1은 명령 발부 후 2일 이내, 약 3분의 1은 한 달 이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접근금지 명령이 친밀한 관계 살인을 예방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빅토리아 L. 홀트 외, '친밀한 관계 살인 피해자와 접근금지 명령', 학술지 '상해 예방'(Injury Prevention))

최근 영국 허더즈필드대 연구진이 스토킹 끝에 살인 또는 살인미수로 이어진 32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반복되는 행동 패턴과 위험 신호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기존 대응의 공백을 지적하면서 스토킹 가해자 등록제와 별도의 위험평가 도구 마련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레이스 클레이턴 외, '스토킹의 살인으로의 확대: 가해자 행동·경찰 대응 실패와 스토킹 가해자 등록제 및 위험평가 도구의 필요성', 학술지 '폭력과 피해자'(Violence and Victi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