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 달 새 지방 11곳에 불고기 식당…"신중산층 형성 반영"

입력 2026-10-14 22: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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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국가가 상업 흡수해 수입 늘리려는 의도도"

북한이 지난 9월 8일 준공한 평안북도 신의주불고기전문식당 외관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월 8일 준공한 평안북도 신의주불고기전문식당 외관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9일까지 약 한 달 사이 지방 도시 11곳에 수백석 규모의 불고기 전문식당을 잇달아 준공했으며, 이는 지방에도 육류 외식 구매력을 갖춘 계층이 형성됐음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14일 공개한 '북한의 불고기전문식당 준공 현황과 함의' 보고서에서 정은미 인권연구실장은 강계, 평성, 신의주, 함흥, 청진, 원산, 사리원, 해주, 개성, 남포, 나선 등 도 소재지를 중심으로 한 달간 11곳에 불고기 전문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고 집계했다.

새로 준공된 식당들은 연건축면적 2,400~3,000㎡ 규모로, '대중 불고기 봉사실'을 비롯해 별도 방으로 구성된 '가족 식사실', 테라스에서 식사할 수 있는 '야외 불고기 봉사장'을 갖췄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들 식당이 지역 경승지에 자리하고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갖췄다고 내세우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평양의 신도시인 화성지구에 대형 불고기 식당을 건설하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정 실장은 화성지구 식당이 문을 연 지 1년여 만에 비슷한 형태의 수백석 규모 식당이 지방 중심도시로 확산했다며, 이는 시장화 이후 성장한 신(新)중산층 등 고기 외식을 할 구매력을 갖춘 계층이 지방에도 형성됐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정 실장은 불고기 전문식당이 "구매력 높은 계층을 겨냥해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육류 소비공간인 동시에, '대중 급양 봉사기지' 확충을 명분으로 국가가 상업 부문을 흡수해 수입 원천을 늘리고 시장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사영 외식 시장을 흡수하는 경제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정 실장은 북한이 이를 통해 '평양의 풍요가 지방까지 고르게 퍼지고 있다'는 서사를 만들고, 외부 세계에는 '더는 굶주리지 않고 고기를 즐기는 수준'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확산과 동시에 평양 모란봉기슭에도 불고기 전문식당이 추가로 문을 열어, 수도와 지방의 동시 개점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다만 대형 불고기 전문식당 10여 곳의 육류 수요를 북한 내 축산농장 생산만으로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정 실장은 밝혔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북한의 식용육류 수입액은 3,897만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98만 달러의 4.3배에 이른다"며 "이는 축산 증산 본격화 전부터 북한이 늘어나는 고기 수요를 수입으로 메워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족분을 수입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식용육류 수입액이 4년 새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는 북한의 고기 소비 수요가 이미 내부 생산 능력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불고기 전문식당 확산이 이 수요를 더욱 키울 경우, 외화 지출 압박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