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리야드 공항 공격 12명 사망…'비전 2030' 투자 행사 줄줄이 차질

입력 2026-10-11 23: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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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칼리드 공항 12명 사망·309명 부상…세계석유회의 핵심 인사 이탈, 이달 말 FII도 불투명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타격해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쳤다.

사우디 민간항공청(GACA)은 10일(현지시간) 킹칼리드 국제공항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309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에는 사우디 국적자 4명과 방글라데시 국적자 2명, 미국·요르단·팔레스타인·시리아·수단·이집트 국적자 각 1명이 포함됐다. 이번 공격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걸프 아랍국가에서 발생한 공격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난 사례다.

미사일은 공항 제3·4터미널이 있는 시설을 타격했다. 공격은 사전 경고 없이 발생했으며 사우디의 위협 경보 시스템에서도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킹칼리드 공항은 지난 8일에도 후티 반군의 공습으로 3명이 사망하고 항공기 한 대가 파손됐다.

공격 여파로 리야드의 주요 기능이 일부 마비됐다. 리야드 금융지구의 다수 글로벌 기업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각급 학교가 일주일간 원격 수업에 들어갔다.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도 대거 차질을 빚었으며,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리야드행 항공편은 모두 우회하거나 취소됐다. 11일 기준 항공편의 약 85%가 취소됐다.

글로벌 에너지·투자 행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사우디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제25회 세계석유총회(WPC)와 26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취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석유총회에서는 핵심 인사들의 이탈이 잇따랐다. BP 최고경영자(CEO) 메그 오닐이 항공편 차질로 불참을 통보했고, 셸 CEO 와엘 사완도 참석 불가를 알렸다. 이탈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화상 참석으로 선회했으며, 주요 글로벌 자문 업체들도 출장을 취소하거나 파견 규모를 줄였다.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국제행사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매년 주최하는 '사막의 다보스' FII는 26일부터 나흘간 열릴 예정이며, 사우디 측은 일단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엑손모빌·골드만삭스·블랙록 등 월가 거물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지만, 참가자들의 이동과 안전 확보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석유 수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의 '비전 2030'은 관광과 금융, 첨단기술, 제조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 전략이다. 연간 1,000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가 핵심 동력인데, 후티 반군의 공세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사우디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을 추진 중인 만큼, 주요 산업 인프라가 후티의 지속적인 미사일·드론 표적이 되는 전면전 장기화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동 경제 분석가는 "사우디가 자국 영공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파격적인 경제 개방 조치를 제시하더라도 대규모 장기 자본을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의 공격은 사우디 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라크에서 날아온 발사체로 호르무즈 해협의 핵심 우회로인 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이 중단됐다. 7월에는 홍해를 지나는 사우디 선박에 대한 전면 봉쇄를 선언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조직 대변인은 11일 성명에서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공항을 제외한 사우디의 모든 공항은 잠재적 타격 목표이자 우리 군의 작전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동안 홍해 분쟁 개입에 선을 그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의 반격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에 정보 지원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얀부항에 방어용 군사 장비를, 영국은 공중급유기를 파견했다. 사우디와 국방 조약을 맺은 튀르키예와 파키스탄도 방어 목적의 병력 및 무기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