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 년 전부터 인류 법조 비리 일벌백계
미녀들과 부적절한 연회 귀·코 절단 기록
부패 판사 표피로 만든 의자 후임에 경고
"승원옵".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 9월, 판사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이 불쾌지수를 임계점까지 끌어 올렸다. 쥐도 먹고 죽는 "오빠 독약 로비" 관련 사진에 3명이 나온다. 사진을 공개한 청담동 유흥업소 출신 여동생. 그 여동생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는 승원 오빠. 그리고, 현직 판사. 이 판사는 "오빠 독약 로비"의 유흥업소 여동생과 한통속인 모 대학교수이자 제약업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시켰다. 그 대표는 다른 판사에 의해 구속됐다. 영장을 기각시킨 사진 속 판사가 왜 불구속 판결을 내린 것인지 대법원 진상조사를 특검 등의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왜? 이미 3천여 년 전부터 인류는 법조 비리를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리며 상식적인 법치 사회를 일궈왔기 때문이다.
◆로마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기념관
2천년 전 로마 유적이 살아 숨쉬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 카피톨리니 언덕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일명 조국의 제단(Altare della Patria)이 흰색으로 우뚝 솟아 회색 로마 유적과 색 대비를 이룬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1820~1878)를 기념하기 위해 1885년 당대 유행하던 신고전주의(Neo-Classic)양식으로 착공해 50년 만인 1935년 무솔리니 시대 완공된 랜드마크다. 50t(톤)의 청동으로 빚은 기마상의 주인공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는 1861년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초대 국왕이 된 인물이다(베네치아 1866년, 로마 1870년 병합). 실제 통일의 주역은 카보우르(Cavour)와 가리발디(Garibaldi) 장군이지만, 이들의 통일 활동을 후원해 476년 서로마 제국 붕괴 이후 무려 1천400여 년 만에 이탈리아 반도를 다시 통일 할 수 있었다.
◆사르데냐 왕국 수도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 드로베티 컬렉션
발길을 알프스 산맥 아래 이탈리아 북서부 중심도시 토리노로 옮겨 보자. 1897년 창단된 이탈리아 최고 명문 축구단 유벤투스의 연고지로 이름 높다. 역사적으로는 이탈리아 통일전 사보이 왕조가 통치하던 사르데냐 왕국(1720년~1861년)의 수도다. 에마누엘레 2세는 바로 이 사르데냐 왕국 왕으로 1861년 첫 이탈리아 왕국 왕이 된 거다. 부유한 사르데냐 왕국 수도 토리노에 1824년 세계 최초로 이집트 전문 박물관이 들어섰다. 1822년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프랑스의 샹폴리옹도 1824년 이곳에 머물며 이집트 문자 연구를 지속할 정도로 특히 파피루스 이집트 문서들이 많다.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이 들어설 수 있던 결정적인 계기는 사르데냐 왕국 출신으로 나폴레옹을 따라 이집트 원정에 참여하고 이집트 주재 프랑스 총영사를 지낸 베르나르디노 드로베티(1776~1852) 컬렉션 덕분이다. 이집트에 주재하면서 모은 방대한 자료를 1823년 사르데냐 국왕 카를로 펠리체가 사들여 박물관을 세운 거다.
◆이집트 신왕국 20왕조 람세스 3세 시해 사건
약 800개의 완전 복원된 파피루스 문서와 2만 개 이상의 파피루스 파편 가운데 1. 토리노 왕명단(Turin King List, 역대 이집트 왕 목록)과 함께 주목받는 유물이 2. 람세스 3세 암살 음모 재판 파피루스(Turin Judicial Papyrus)다. 이집트 신왕국 20왕조 파라오 람세스 3세(재위 B.C 1182년-B.C 1151년, 널리 알려진 19왕조 람세스 2세와 다름)는 B.C 13세기 동지중해 연안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떠돌이 해양민족(Sea Peoples)의 침략으로부터 이집트를 구한 영웅이다.
루브르에 전시 중인 그의 분홍색 화강암 석관은 길이 3.05m, 무게 18t으로 현존하는 이집트 석관 가운데 가장 크다. 길이 3.05m, 무게 7t의 석관 뚜껑은 영국 캠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역사에 남긴 업적과 거대한 석관과 달리 람세스 3세는 암살됐으며, 그의 암살 음모자들에 대한 재판기록이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 사법 파피루스(Turin Judicial Papyrus)에 상세히 남아 있다.
◆토리노 박물관 사법 파피루스–재판 과정 상세히 담아
람세스 3세의 왕비 티예는 아들 펜타웨레트를 왕위에 올리려 했다. 람세스 4세는 다른 왕비 쌩 람세스 4세를 점 찍은 상태였다. 티예를 중심으로 궁정 고위 관리와 하렘 관계자들이 왕을 제거했지만(2012년 람세스 3세 미라 CT검사 결과 목 치명상 발견), 왕위는 펜타웨레트가 아닌 람세스 4세로 넘어갔다. 람세스 4세는 12명의 재판관을 임명하고, 자신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고위직 관리들로 구성된 특별 재판부 판사들의 명단까지 잘 남아 있다. 재무관 멘투엠타위를 비롯한 12명 재판관들은 피고인을 한 사람씩 불러 심문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왕궁 관리 페베카멘, 시종 마스테수리아, 하렘 감독관 파누크 등 혐의자 40여 명 가운데 1차 재판 28명 사형, 2차 재판 6명 자살형, 3차 재판 4명이 자살형을 선고받았다.
◆여성 몸로비 받은 부정한 판사 코 잘라
4번째 재판이 눈길을 끈다. 재판정에 선 5명은 역모 혐의자들이 아니라 3명의 특별 재판부 판사, 2명의 고위공직자였다. 역모 혐의자 재판 과정에 뇌물과 접대를 받은 혐의다. 피고인 파이스가 판사들을 초대해 하렘 미녀들과 부적절한 연회를 벌인 거다. 4명의 혐의가 인정돼 귀와 코를 잘렸다. 몸 로비 재판 거래 판사를 처벌한 인류 최초의 기록이다.
◆중세 야외 박물관 벨기에 브뤼헤
벨기에 북서부 플랑드르 지방의 중세 도시 브뤼헤(Bruges)로 무대를 옮긴다. 중세 상업 도시의 모습이 야외 박물관처럼 고색창연하게 남아 2000년 UNESCO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브뤼헤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지 않고 구시가지 중심부로 걸어가는 30여 분 동안 마주하는 12~15세기의 중세 거리, 운하, 광장, 시장, 종탑, 벽돌 고딕 건축물에서 일견 빛바랬지만, 손타지 않은 순수한 원형의 진한 감동이 배어난다. 성모 마리아 교회에는 해외로 나온 유일한 미켈란젤로 대리석 조각 '성모자상'이 반겨준다. 북해와 연결된 유럽의 중요한 국제무역 도시로 15세기 경제·문화적으로 전성기를 맞은 브뤼헤는 미술사에서도 뚜렷한 잔영을 남긴다.
◆플랑드르 초기파의 본고장
브뤼헤는 15세기 플랑드르 초기파(Flemish Primitives)의 중심지다. 얀 반 에이크, 한스 멤링, 헤라르트 다비드 작품이 그뢰닝허 미술관(Groeninge Museum)에서 탐방객을 맞아준다. 후대 안트베르펜의 웅장한 플랑드르 바로크(16세기, 루벤스, 반 다이크, 야콥 요르단스)와 차별화된 섬세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그뢰닝허 미술관에 부패 판사들에게 경종을 울려줄 명화 한 점이 기다린다.
◆캄비세스 재판 그림-부정한 판사 가죽 벗겨
페르시아 왕으로 이집트를 정복한 캄비세스 2세(재위, B.C. 530년~B.C. 522년)가 부정한 판사 시삼네스를 처벌하는 「캄비세스의 재판(The Judgment of Cambyses)」이다. 브뤼헤의 플랑드르 초기파 헤라르트 다비드가 1498년 브뤼헤 시청 법정에 그렸던 것을 옮겨왔다. 목판 2개에 이어 그린 2폭화(diptych)다. 왼쪽 패널은 판사 시삼네스가 뇌물을 받고 부당한 판결을 내린 혐의로 체포되는 장면이다. 오른쪽 패널은 시삼네스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을 묘사한다. 벗긴 가죽으로 의자를 만들어 후임 판사가 된 시삼네스의 아들 오타네스에게 앉도록 한다. 이 끔찍한 부패 판사 처벌 장면은 15세기 브뤼헤 판사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부패한 판결을 내리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당시 부르고뉴 공작 국가 산하였지만, 강력한 자치권을 소유했던 브뤼헤 상인 조합 등이 자치 공동체의 생명과도 같은 공정한 운영을 위해 시청사 법정 벽에 건 취지가 현대 대한민국에 타산지석으로 다가온다. 공정한 재판이 국가의 근본이다.
역사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