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15분 안에 걸으면 3시간 혈당 면적 39% 감소 12월부터 중증 2형 당뇨 1만1000명 연속혈당측정기 건보
추석 밥상에서 나물을 먼저 집고 밥과 송편을 나중에 먹으면 식후 1시간 혈당 곡선하면적이 74.1% 낮아졌다. 이화여자대학교 연구팀이 지난달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대사에 발표한 무작위 교차시험 결과다. 음식을 줄이거나 바꾸지 않고 순서만 조정해도 혈당 곡선이 달라진다. 연휴 사흘간 떡과 한과를 이어 먹다 혈당이 1000mg/dL를 넘겨 실려 오는 환자가 나오는 시기다.
◆ 나물 먼저 먹었더니 최고 혈당 125, 밥부터 먹으면 147
연구팀은 한국인 여성 33명에게 구성이 같은 식사를 순서만 바꿔 제공하고 연속혈당측정기로 추적했다.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먹은 날의 식후 최고 혈당은 125mg/dL였다. 탄수화물을 먼저 먹은 날의 147mg/dL보다 22mg/dL 낮았다.
혈당이 정점에 닿는 시각도 벌어졌다. 채소 우선은 평균 104분, 탄수화물 우선은 49분이었다. 같은 양의 당이 두 배 넘는 시간에 걸쳐 흡수됐다.
세부 지표는 더 선명하다. 혈당 변동폭은 채소 우선이 0.76mmol/L로 탄수화물 우선의 1.66mmol/L에 비해 절반 이하였다. 목표 혈당 범위에 머문 시간 비율은 99.73%에 달했다.
◆ 2형 당뇨 53%, 당뇨 전단계 38.8%… 환자에게도 통했다
건강한 성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웨일코넬의대 연구팀의 2017년 2형 당뇨병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채소와 단백질을 밥보다 먼저 먹은 환자군은 식후 2시간 혈당 증가면적이 53% 줄었다. 증분 혈당 피크는 54% 낮아졌다.
같은 연구팀의 당뇨 전단계 성인 대상 시험에서는 혈당 증가면적이 38.8% 감소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2024년 6월 펴낸 교육 자료에서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으면 식후 혈당이 15~40% 떨어진다고 안내했다.
◆ 송편 4개에 탄수화물 42.8g, 추석 한 끼는 1600㎉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깨송편 100g은 219㎉에 탄수화물 42.8g이다. 4~5개면 밥 한 공기 분량의 당질이 들어온다. 잡채 1인분 200g은 292㎉에 탄수화물 48.5g, 돼지갈비찜 1인분 300g은 582㎉에 지방 37g이다. 송편·전·잡채·갈비찜으로 차린 한 끼는 1000~1600㎉를 넘어선다.
순서가 만능은 아니다. 갈비찜이나 불고기처럼 설탕·물엿 양념이 진한 단백질 반찬은 먼저 먹어도 단순당이 곧바로 흡수돼 효과가 반감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총 섭취 열량과 탄수화물 절대량이 과다하면 순서를 지켜도 인슐린 분비 한계를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 혈당 1000 넘겨 응급실행… 연휴 구급 출동 1위는 복통
평소 관리가 양호했던 60대 당뇨 환자가 추석 사흘간 송편과 한과를 이어 먹다 혈당이 1000mg/dL를 넘겼다. 이 환자는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으로 응급 이송됐다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대사내과가 전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22~2024년 추석 연휴 구급 출동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과식에 따른 복통이 8%로 증상별 1위였다.
식후 혈당이 식전보다 50mg/dL 이상 오르거나 140mg/dL를 넘으면 혈당 스파이크로 본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명절 상차림은 당 흡수가 빠른 식재료가 많은 반면 단백질 반찬 비중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혈당 그래프가 요동치는 것 자체가 혈관을 손상시킨다"고 짚었다.
◆ 식후 15분 안에 걸으면 3시간 혈당 면적 39% 감소
순서 다음은 타이밍이다. HLB라이프케어가 지난달 공개한 연속혈당측정 2만 건 분석에서 움직임의 효과가 뚜렷했다. 식후 15분 이내에 가볍게 움직인 집단의 3시간 혈당 곡선하면적은 비운동군보다 39% 낮았다. 평균 혈당 상승폭도 34.2mg/dL로 비운동군의 51.0mg/dL보다 16.8mg/dL 적었다.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 인용된 연구에서는 식후 10~15분 걷기가 저녁 시간대 혈당 면적을 22% 줄였다. 유럽당뇨병학회지에 실린 연구는 식후 10분 산책이 식후 2시간 혈당 상승폭을 12% 낮춘다고 밝혔다. 하루 30분을 한 번에 걷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혈당이 이미 250~300mg/dL를 넘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이면 케톤산증 위험이 커진다. 대한당뇨병학회 운동 진료지침은 이 경우 운동보다 수분 섭취가 먼저라고 명시한다. 당뇨병성 위마비가 있는 환자가 불용성 식이섬유 채소를 한꺼번에 먼저 먹으면 위석과 심한 소화장애로 이어진다.
연휴가 끝나면 남는 것은 검사 결과다. 국가 일반건강검진은 만 20세 이상에게 2년에 한 번 공복혈당 검사를 하고, 100~125mg/dL면 공복혈당장애,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 의심으로 판정한다. 의심 판정을 받으면 가까운 병·의원에서 1회 무료 확진검사를 받는다.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한 내분비내과 교수는 "명절 밥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탄수화물 중복 섭취'"라며 "밥을 평소처럼 먹었다면 송편이나 잡채는 반찬이나 간식이 아니라 '밥을 한 공기 더 먹는 것'으로 생각하고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