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4세 고시' 금지…적발 땐 과태료 300만원

입력 2026-09-24 17: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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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학원법 시행령 의결…모집·분반 시험 전면 금지 유아 영어 사교육비 41만4000원, 고교생 32만원 앞질러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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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부터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원 입학·분반 시험 등 유아 레벨테스트가 전면 금지되고, 어기다 적발되면 1회 100만원의 과태료가 붙는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려 온 유아 영어학원 선발시험을 법으로 막는 첫 조치다. 다만 금지선은 학원 등록 전 평가에 그어졌다. 등록 뒤 '관찰 면담'과 개인과외로 향하는 길은 남아 있다.

◆ 필기·구술·실기·면접에 토익 성적표까지 원천 차단

개정 시행령은 유아를 모집하거나 반을 나눌 목적으로 치르는 필기·구술·실기·면접시험을 모두 금지한다. 학원이 자체 시험을 없앤 뒤 토익·토플 같은 외부 공인시험 성적표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도 막았다. 특정 능력만 따로 떼어 서열을 매기는 평가도 같이 묶였다.

예외는 좁다. 등록을 마친 뒤 보호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 관찰·면담으로 수준을 살피는 것만 허용된다. 이때도 결과표에 점수와 순위, 합격·불합격 표시를 적을 수 없고 서술식으로만 쓴다.

과태료는 위반 횟수에 따라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이상 300만원으로 올라간다. 위반이 중대하면 횟수와 무관하게 최대 1년의 교습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불법 시험을 제보한 사람에게 최대 200만원 수준의 신고포상금을 줄 근거도 새로 마련됐다.

◆ 유아 영어 사교육비 41만4000원, 고교생 32만원보다 많다

교육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보면 사교육을 받는 유아 1인당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41만4000원이다. 같은 과목 고교생 32만원을 웃돈다. 유아 전체 과목을 합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반일제로 운영하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유아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원, 연 3조원을 넘는 규모다. 만 5세의 사교육 참여율은 81.2%, 만 4세는 68.9%였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9년 615개에서 2023년 842개로 4년 사이 36.9% 늘었다. 지난해 9월 전수 특별점검 때는 728곳이 집계됐다. 이 가운데 23곳이 선발시험을 치른 사실이 확인됐다.

◆ 학원 수는 줄었는데 개설반은 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강경숙 의원실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수도권 실태분석은 시장이 줄지 않고 대형화됐음을 보여 준다. 서울의 반일제 이상 유아 영어학원은 299개로 전년 333개보다 줄었다. 그런데 강남·서초의 개설반은 165개에서 181개로 늘었다.

경기 5개 지역도 학원은 3곳 줄어든 반면 개설반은 101개 늘었다. 개설반이 몰린 곳은 서울 강남·서초 181개, 강동·송파 139개, 경기 안양 평촌 116개, 화성 동탄 93개 순이었다. 용인 지역 반일제 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년 새 13.7% 올라 조사 지역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교습시간도 학교 수업을 넘어선다. 같은 분석에서 서울 반일제 유아 영어학원의 일평균 교습시간은 5시간 24분이었다. 2023년 국정감사 때 국회 김영호 의원실과 함께 낸 전수분석 보고서의 전국 평균은 4시간 57분으로, 중학교 수업시간에 맞먹었다.

◆ 시범수업으로 위장, 초등 1학년으로 미루기

단속은 이미 우회로와 맞붙어 있다. 교육부 특별점검에서는 공식 시험을 없앤 대신 시범수업 형식으로 아이의 언어 수준을 가려낸 학원이 적발됐다. 점검표에 걸리지 않는 평가 방식을 찾아낸 사례다.

이번 시행령은 과외교습 대상에 유아를 포함시켰다. 10월 1일부터 유아를 가르치는 개인과외교습자와 교습소도 교육청에 신고해야 한다. 학원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학원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요까지 관리 대상에 넣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진선미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의견조사에서 유아 선발용 레벨테스트의 법적 금지에 모두 찬성했다.

◆ 초등 저학년 시험으로 옮겨가면 막을 수 없다

한계는 분명하다. 학원법상 유아에 초등학생은 포함되지 않아, 입학시험 부담이 초등 1·2학년 레벨테스트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교육계가 지적한다. 시험 시기를 초등 입학 이후로 미루면 이번 금지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학원계에서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이 생기고 단속을 피한 비공식 과외가 음성화된다는 의견이 제출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등록 후 상담을 빙자한 평가나 개인과외로 숨어드는 우회 사교육을 우려한다. 교육청별 포상금 지급액과 단속 인력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22일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4세 고시, 7세 고시 등 극단적 형태의 영유아 사교육을 차단하고, 유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태를 확인할 통계도 뒤따른다. 국회 교육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영유아 사교육비 국가 공식 통계 조사 예산 13억원이 올해 새로 편성됐다.

한 사교육 전문가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어, 수학을 암기하면서 악전고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