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진흙, 운니지차(雲泥之差)라 했다. 하나는 하늘 위를 떠다니고 하나는 발이 빠진다. 지금 한국 경제가 딱 그 꼴이다. 같은 나라, 같은 경기 국면인데도 지역마다 체감하는 계절이 다르다.
올해 1~8월 경기 수출은 전년 대비 108.8%, 충남은 140.0% 뛰었다. 두 지역만 합쳐도 전국 수출의 절반을 넘는다. 반도체 생산거점이 있는 곳들이다. 반대편에는 대구경북이 있다. 대구 11.6%, 경북 17.1%, 합산 16.0%. 전국 증가율 52.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전국 수출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몫은 지난해 6.7%에서 올해 5.1%로 되레 줄었다. 대구는 축전지 소재, 경북은 정보기술(IT) 제품이 그나마 수출을 떠받쳤지만, 반도체라는 거센 물살 앞에서는 존재감을 지키기도 벅찼다. 분명 성장은 했는데, 상대적으로는 뒷걸음질친 꼴이 된 셈이다.
이 물살의 정체는 분명하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 증가율을 훌쩍 웃돈다. 한국은행도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가 수도권·충청권 제조업 생산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 훈풍이 생산거점이 있는 곳에만 분다는 데 있다. 소부장 기업이 모이고, 인프라와 인력 양성 사업이 뒤따르고, 정부 지원까지 겹친다. 반도체 벨트는 구름 위로 계속 솟아오르는 구조다. 생산시설이 없는 지역은 같은 나라 성장률표를 보면서도 발밑은 여전히 진흙탕이다. 통계는 분명 하나의 나라를 말하는데, 현실 속 대구경북은 전혀 다른 경제를 살고 있다.
더 따져봐야 할 것은 이 구름 위 성장조차 순수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웃돌 만큼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은 늘었지만, 그 돈이 가계 소비로 번지는 속도는 더디다는 진단이 나온다. 소득은 늘어도 체감은 늦게 온다는 뜻이다. 반도체 벨트조차 그럴진대, 그 벨트 밖의 대구경북은 두 겹의 시차를 견뎌야 한다. 구름 위에서도 볕이 고루 들지 않는데, 진흙 아래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메가특구특별법을 통해 반도체·인공지능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와 기간제 사용기간 확대 같은 노동특례를 검토하고,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비용은 총사업비의 최대 전액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구름 위 지역에는 근로시간 규제까지 풀어주고 전기와 물을 대주는 특혜가 쌓이는 셈이다. 특정 산업, 특정 거점에만 노동 기준과 인프라를 통째로 밀어주는 방식이 지역균형발전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노동계가 메가특구를 규제 완화의 실험장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우려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대구경북이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부품, 기계, 철강, 방위산업, 이차전지 소재까지 나름의 제조업 축이 있고, 로봇·바이오 육성도 뒤늦게 시동을 걸었다. 다만 반도체 벨트에 쏟아지는 재정·세제 지원과 견주면 체급 자체가 다르다. 'TK패싱' 우려가 계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진흙에 발이 묶인 쪽에서 구름 위를 올려다보는 심정을 탓할 수만은 없다.
국가 성장 전략이 하나의 산업, 몇 개의 생산거점에만 걸려 있다면 나머지 지역은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밖에 없다. 구름 위에도 이따금 비가 내리고 진흙탕에도 볕이 드는 날이 와야, 균형발전이라는 말이 비로소 제 이름값을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