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억원 들여 야간경관 테마시설 조성…워터스크린·미디어아트·레이저쇼
10월 2일~11월 1일 금·토·일 및 공휴일 전날 무료 시범운영
해가 지자 고즈넉하던 문경새재에 하나둘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수백 년 역사와 자연을 품은 옛길이었던 문경새재가 밤이 되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초곡천을 따라 은은한 빛이 흐르고 숲에서는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다. 연못 위에는 초대형 영상이 펼쳐지고 밤하늘로는 레이저 빛기둥이 솟아오른다.
◆황금마패의 길
경북 문경새재도립공원 생태미로공원에 조성된 야간경관 테마시설 '황금마패의 길(Golden Trace)'이 문을 열면서 문경새재가 낮을 넘어 밤까지 관광객을 맞는 체류형 관광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황금마패의 길은 다음 달 2일부터 11월 1일까지 금·토·일요일과 공휴일 전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무료로 시범 운영된다. 전체 관람에는 약 1시간이 걸린다. 출발점은 문경새재 제1주차장에서 약 150m 떨어진 초곡교다. 다리 아래 초곡천에는 자줏빛 조명이 스며들고 주변 숲과 물길을 따라 몽환적인 경관이 이어진다.
콘텐츠의 중심에는 문경새재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문경새재를 넘었던 선비와 고갯길에 전해지는 도깨비 전설 등이 빛과 영상, 음악을 활용한 미디어 콘텐츠로 재해석됐다.
연못에서는 '불타는 강' 콘텐츠가 펼쳐진다. 불길을 형상화한 영상이 수면에 반사되고 음향 효과가 더해져 숲 한가운데 거대한 불길이 번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물고기와 꽃, 물결과 안개 등 다양한 영상도 연못 위에 구현된다.
숲길을 지나 주막 인근에 이르면 산과 숲 자체가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한다. 기존 조류방사장을 활용한 높이 4m, 둘레 36m 규모의 울트라와이드 스크린에는 선비와 황금마패, 도깨비와 문경새재 자연을 소재로 한 영상이 펼쳐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시설은 자연연못에 설치된 워터스크린이다. 물보라를 이용해 직경 약 30m 크기의 스크린을 만들고 그 위에 영상을 투사한다. 영상이 끝나면 관람객이 직접 황금마패를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레이저 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금의환향한 선비를 축하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다섯 개의 빛기둥이 음악에 맞춰 하늘로 솟아오르며 관람의 대미를 장식한다.
◆문경새재 '밤 관광' 시대 열어
황금마패의 길 조성에는 지방소멸대응기금 15억원과 도비 12억5천만원 등을 포함해 모두 54억원이 투입됐다.
문경시가 이번 사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야간 조명시설을 넘어 문경새재만의 역사와 자연에 이야기를 입혔다는 점이다. 빛과 영상, 음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문경새재를 넘었던 사람들과 지역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콘텐츠의 중심에 뒀다.
연간 400만명 이상이 찾는 문경새재의 관광 시간을 야간까지 확대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문화유산과 자연을 즐기는 주간 관광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야간 콘텐츠를 통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과 숙박으로 소비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관광객은 "그동안 문경새재는 해가 지면 특별히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았는데 밤에도 운치 있는 관광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야간 관광명소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홍 문경시장은 "문경새재가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주·야간 관광명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야간에도 머무르고 싶은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