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강의를 들으며, 통화를 하며 그려내는 낙서들. 거기에는 별다른 의미나 얘기가 담겨있지 않다. 무의식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강석형 작가의 작업은 그 연장선 상에 있다. 그는 손이 가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들을 평면에 펼쳐보인다. 유화 물감부터 오일파스텔, 연필, 콩테 등 재료도 자유롭다.
그가 갤러리토마(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46길 18-13)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그라피티'.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는 버려진 장소 등에 낙서를 하고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남겨두고 떠나는, 다소 일탈적이고 반항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며 "내 작업 역시 그러한 반항을 드러내고, 거기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연결된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낙서나 꽃, 동그라미 등 반복되는 패턴, 긁어내고 덧칠하는 행위 자체가 개인적인 강박과 불안, 결핍에서 오는 반항을 표출하는 작업입니다. 따로 구상을 하지 않고 그냥 손이 가는 대로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덧칠해서 덮어버리고 그 위에 새로운 작업을 더하기도 하죠. 어떤 작품은 한 번에 끝나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긁어내고 다시 올려낸 흔적들이 다 쌓여있기도 합니다."
결국 그의 작품은 순간을 스쳐가는 무의식의 기록이자 행위의 흔적인 셈. 그래서 결과물은 직관적이다. 사회의 시스템에 맞춰, 육체에 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종이나 캔버스 안에 또 하나의 틀을 그어 표현하거나,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불꽃 이미지로 반항을 나타낸 작품 등이 그렇다.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업도 눈에 띈다. 무섭다기보다는 귀여운 꼬마 악마와 유령, 고질라는 자화상이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봤을 때 어렵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작가는 작업 초창기 좀 더 알록달록하고 선명한 팝아트 형식의 추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일부러 꾸민 듯한 작업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10년 전부터 지금의 방식으로 그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초기 작업은 그냥 예뻐서 하는 거였고, 예술적으로 확 꽂히는 게 없었다"며 "지금처럼 자유롭게 그리면서 느끼는 만족도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업 작가로서 자신만 만족하는 작업을 해나갈 수는 없는 노릇. 30대 후반인 작가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고민 중 하나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 무용 등 모든 예술은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죠. 근데 그게 생계가 되고 직업 의식을 갖는 순간부터 불안과 강박이 생겨요. 예술이라는 것도 누가 봐줘야, 소장해줘야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결국 현실에서는 남들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으니, 완전히 자유롭게 작업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마치 처음 무언가를 쥐고 그리는 어린아이의 행동을 상상하게 될 테다. 그의 작품을 통해 한동안 잊고 살았던, 무의식 속 순수함을 발견하게 되는 전시다.
한편 강석형 작가는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아카데미에서 순수미술 학사 학위를, 런던 킹스턴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