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조두진] 대통령이 거울(참모들)을 보셨으면 좋겠다

입력 2026-09-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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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국민은 정부의 정책 실패보다 편법과 특혜에 더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사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용혜인·김승원 장관 지명,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이재명 변호사들 요직 기용(起用=유엔 대사·법제처장·금융감독원장·청와대 자리) 등이 그런 예다. 대통령 사건이 조작(造作)됐다며 여당이 국정조사를 벌인 것,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에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든 투자와 특혜를 밀어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에 공소 취소 권한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특검을 통해) 진상 규명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소 취소' 권한이 있든 없든 다를 바 없다. 어느 국민이 자기 사건을 겨냥해 '개별 특검법'을 만들어 재수사하나. 모든 국민은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밝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제주도 실종 사건 등에서 드러났듯 국민은 억울(抑鬱)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검찰의 보완수사도 못 받도록 해놓고(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본인 사건에 대해서는 본인이 임명하는 특검을 통해 재수사하겠다고 한다. "공소 취소 권한을 없애면 문제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말장난이다. 특검이 "사건이 조작됐다"며 언론에 '썰(說)'을 잔뜩 푼 다음 법무부 주도로 공소 취소를 시도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국가 역량과 시스템이 대통령 개인을 위해 작동하는 듯한 모습은 이뿐만 아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提請)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전 협의를 거론하며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지 말고, 기존 후보들 중에서 제청하라'는 압박(壓迫)까지 했다. 사실상 내가 원하는 후보를 제청하라는 뜻이다. 사법부까지 대통령 개인 재판을 위한 사적 도구로 만들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럼에도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쓴소리는커녕 비위 맞추기에 바쁘다. 한 예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울릉도·독도 답사비 지출 등에 문제가 있다' 며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직무 정지시켰다. 법원이 '직무 정지'를 인정하지 않자 교육부는 박 이사장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박 이사장 건(件)이 과연 직무 정지나 해임 사안인가? 이 대통령과 박 이사장의 '환단고기' 논란이 없었어도 이런 징계를 추진했을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 논란에 대해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했다. 교육부 장관과 민주당 대표의 이런 태도는 과연 국가에 대한 충성인가, 대통령을 향한 아첨인가.

논어(論語)에 '군자는 모시기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고, 소인은 모시기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쉽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아랫사람을 그릇에 맞게 쓰고, 아랫사람의 공정한 일처리에 만족하지만, 뇌물이나 아첨, 편법에 기뻐하지 않는다. 반면 소인은 사람을 자리에 맞지 않게 쓰고, 그의 합리적인 일 처리에 관심이 없고, 뇌물, 편법, 아첨에 기뻐한다는 의미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비롯한 참모(參謀)들과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기쁘게 할 궁리(窮理)를 하는지, 나라에 이로운 일을 도모(圖謀)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참모들의 업무 태도를 보면, 그들에게 대통령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