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장 제출처부터 달라져…일반범죄 경찰·7대 중대범죄 중수청
공소청 직제안은 막판 재검토…법무장관 공석·중수청장 추가 검증까지
78년간 수사와 기소를 함께 맡아온 검찰청이 다음 달 2일 사라진다. 이후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이 수사를 맡고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는 체제로 형사사법 구조가 크게 바뀐다.
그러나 출범 초기 극심한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소청 조직과 인력을 정할 직제안은 시행을 코앞에 두고 다시 손질 중이고, 법무부 장관은 공석이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도 추가 검증이 진행되고 있어 새 형사사법체계의 양대 축이 수장 없이 문을 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매일신문은 '수사·기소 분리 시대' 시리즈를 통해 달라지는 사건 처리 체계와 출범 준비 상황, 수사권이 집중되는 경찰의 통제와 수사역량 문제, 직접·보완수사권을 잃은 공소청이 다른 수사기관을 견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진단한다.
◆고소·고발장 제출처부터 달라져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시민들이 고소·고발장을 내는 곳부터 달라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공소청 검사는 더 이상 직접 수사기관 역할을 하지 않는다. 개정안은 공소청 출범과 동시에 시행된다.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이 맡는다.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담당한다. 고위공직자 범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식품·환경·노동 등 전문 영역은 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하는 식으로 기능이 나뉜다.
폭행·절도·교통사고와 일반적인 사기 등 생활범죄는 기존처럼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하면 된다. 경제범죄는 사건 규모와 적용 법률 등에 따라 중수청으로 넘어갈 수 있다. 피해자가 처음부터 관할을 판단할 필요는 없지만 수사 도중 피해액과 범죄 규모가 커지면 기관 간 사건 이첩이 이뤄질 수 있다.
새 체제에서는 이 과정이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사건 초기에는 피해 규모나 조직성을 명확히 알기 어려워 경찰과 중수청 사이에서 관할 판단이 엇갈리거나 사건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처리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사 손 떼는 공소청…개청 코앞 직제는 '미완'
공소청은 경찰과 중수청 등이 넘긴 사건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한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도 공소청 검사가 행사한다. 수사기관이 사실관계와 증거를 확보하면 공소청이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구조다.
조직도 수사·기소 분리에 맞춰 바뀐다. 정부가 내놓은 직제안은 기존 인지·합동수사부서 43곳을 29개 중대범죄전담부로 통폐합하고, 각 지방공소청에 경찰 불송치 사건을 살피는 '사법통제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소청 정원은 검사 2천292명을 포함해 8천412명으로 설계됐다.
대구에서도 주요 인지수사를 지휘해 온 2차장검사 직제와 수사과·조사과가 사라지고 기존 반부패·강력 분야 조직은 중대범죄전담부 체제로 개편될 예정이다.
하지만 발표 열흘도 지나지 않아 직제안은 다시 수정 대상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이후 당정은 지난 13일 '사법통제부'를 '불송치 사건 심사부'로 바꾸고 형사기획관·중대범죄수사기획관 직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검사 정원 2천292명의 조정 여부는 공소청 출범 이후 업무량을 분석해 필요하면 검사정원법을 고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출범을 열흘 남짓 앞두고도 최종 조직도가 확정되지 않은 셈이다. 직제가 늦어질수록 부서 재편과 인사, 사건 인계 준비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초기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코앞인데…법무장관·공소청장·중수청장 모두 없다
직제안 확정을 비롯해 체제 시행 초기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를 조율할 지휘 체계의 공백도 문제로 꼽힌다. 법무부 장관은 물론 공소청과 중수청은 수장 공백 상태로 출범을 맞게 됐다.
법무부는 정성호 전 장관이 지난달 26일 물러난 뒤 3주 넘게 공석 상태다. 후임으로 지명됐던 김승원 후보자는 각종 의혹이 제기된 끝에 지난 19일 자진 사퇴했다. 장관 공백 속에 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인력 재배치와 후속 인사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이 제청권을 갖는 검찰총장(공소청장) 인선도 기약하기 어렵다. 새 장관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하면 공소청 출범 전 임명은 불가능하다. 검찰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뒤 1년 2개월 넘게 총장 공백 상태다. 노만석·구자현 전 총장 직무대행이 잇따라 사퇴했고, 현재 박규형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이끄는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중수청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김지용 변호사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제청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인사 청문 요청 시점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새 체제 시행 초기에는 보완수사 요구의 범위와 영장청구 기준, 경찰·중수청 간 사건 이첩 등 기관 사이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각 기관의 수장이 부재한 상태로 출범할 경우 현장에서 해석이 엇갈릴 때 이를 신속히 정리할 구심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검사는 "초기에는 보완수사 요구나 영장청구, 사건 이관 기준을 놓고 기관마다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신속하게 조율할 지휘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주요 기관 수장이 전부 공백인 상태로는 새 형사사법체계의 연착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