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측 "여론조사 의뢰·대납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유력 증거"
특검 "원본 아닌 파일·수정 흔적…유리한 3건만 선별 제출 가능성"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명태균씨가 과거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이 새롭게 등장해 증거로 채택됐다. 오 시장 측은 무죄를 뒷받침할 증거라고 주장한 반면 특별검사팀은 파일의 원본성과 선별 제출 가능성 등을 문제 삼으며 맞섰다.
16일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는 2021년 3월 사업가 김한정씨와 명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 3건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녹음에서 김씨는 "이 양반 돕고 싶어서 내가 일을 했잖아", "거기서 원해,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고 말했다.
명씨가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 "내가 오세훈이한테 십원짜리 한번 받았냐"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명씨는 또 "나는 형님(김씨)하고 오 시장하고의 관계를 잘 몰랐으니까", "오 시장이 (김씨를) 직접 소개시켜준 게 아니다", "오 시장 관계없이 형님하고, 형님이 그래 도와 주고 해서"라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이 같은 대화가 김씨가 오 시장의 지시나 요청과 무관하게 스스로 판단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김씨가 대신 내도록 했다는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정황이라는 게 오 시장 측 주장이다.
해당 녹음파일은 김씨가 최근 항소심 재판부에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제출했다. 1심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던 자료다.
김씨는 명씨와 통화한 이후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녹음파일의 존재를 잊고 있다가 항소심에서 명씨가 허위 진술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기억해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제주도 별장 창고에서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찾아 내부에 저장된 통화 녹음파일 35건 가운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3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녹음파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일부 파일은 원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뤄진 2024년 11월 18일 무렵 수정된 흔적이 나타난다"며 "허위조작 등의 위험이 다분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파일을 최근 발견한 것이 아니라 기존부터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법정에 제출하지 않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파일 3건만 골라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전체 녹음파일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파일만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팀의 반대에도 해당 파일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탄핵증거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며 "불법적 취득이나 허위 조작 정황이 아직 없으니 특검 측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탄핵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을 결심공판 기일로 지정했다. 결심공판에서는 특검팀의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진술 등이 진행된 뒤 선고기일이 정해질 예정이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인 김씨에게 조사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씨에게 의뢰하고 그 비용 2천1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하도록 했다고 판단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천100만원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고, 이미 공직에 있는 경우 퇴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