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대학을 살리고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등록금 부담을 낮추려는 정책 방향 자체는 충분한 경제적 의미가 있다. 문제는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왜 '학생'이 아니라 '대학의 설립 주체'여야 하는가이다. 2027년 정부 예산안은 지방국립대 신입생 약 6만 명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한편, 지방사립대에 대해서는 지역인재장학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 사립대 교수단체는 이러한 지원구조가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학생 사이에 큰 지원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문제는 형평성이다.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하는 이유가 청년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정책의 대상은 대학이 아니라 학생이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고 비슷한 소득수준과 교육비 부담을 가진 두 학생이 단지 한 사람은 국립대에, 다른 사람은 사립대에 진학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면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경제적 근거가 충분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득이 높은 국립대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면서 소득이 낮은 사립대 학생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재정지원의 수직적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가격정책이 학생의 대학 선택을 왜곡할 가능성이다. 대학 교육에는 교육의 질, 전공 적합성, 취업 가능성, 통학거리, 산학협력 등 다양한 선택요인이 존재한다. 그런데 특정 대학군의 등록금만 사실상 '0원'으로 만들면 학생은 이러한 교육적 요인뿐 아니라 정부가 만들어낸 큰 가격 차이에 영향을 받아 대학을 선택하게 된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정부 정책이 상대가격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수요를 특정 대학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그 결과 경쟁력 있는 지방 사립대학조차 학생 모집에서 불리해지고, 학생의 선택 역시 자신의 적성과 전공보다 등록금 차이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지방대학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외부효과이다. 지방 사립대학은 단순히 하나의 사적 교육기관이 아니다. 학생을 지역에 유입시키고, 지역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며, 소비와 고용을 창출하고, 산학협력과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은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가 생산하는 지역의 사회적 편익이다. 지방 사립대학이 급격히 위축되면 그 피해가 해당 대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청년유출, 상권 위축, 지역기업의 인력난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공동성명서 역시 지방 사립대학의 약화가 청년의 수도권 유출과 지역 산업의 인력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라면 국립대만을 별도로 보는 것보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가 만들어내는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선방향은 '국립대 무상교육'에서 '지방대 학생 학비부담 경감'으로 정책의 기준을 전환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국립·사립이라는 설립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지방대 학생에게 일정 수준의 기본 장학금을 보장하고, 그 위에 소득수준과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지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의 기본지원은 모든 지방대 학생에게 적용하고, 저소득층에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경제적 여건에 있는 학생이 대학의 설립형태 때문에 다른 대우를 받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지역정책의 목적을 반영한 성과연계형 지원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지역 전략산업 전공, 지역기업 취업, 산학협력, 지역정착 등 국가가 정책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는 활동에는 국·사립 구분 없이 추가 장학금과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정부 재정은 단순히 특정 대학의 학생 수를 늘리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인재 양성과 정착이라는 정책성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배분될 수 있다.
결국 쟁점은 국립대를 지원해야 하느냐 사립대를 지원해야 하느냐가 아니다. 국가가 한정된 교육재정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가의 문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무상교육 정책이라면 기준은 대학의 소유형태가 아니라 학생의 경제적 필요, 교육기회의 형평성,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되어야 한다. '국립대라서 무상'이라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지원받고, 더 필요한 학생이 더 많이 지원받는 제도'로 전환할 때 지방대학 지원정책은 형평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목표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